신세계, 성과주의 인사 단행…8개사 대표 교체·40대 CEO 전면에

입력 2025-09-26 14:48 수정 2025-09-26 14:49
(왼쪽부터)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 문성욱 시그나이트 대표, 제임스 장 지마켓 신임 대표. 신세계 제공

신세계그룹이 26일 2026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정용진·정유경 남매 공동 경영 체제 아래 처음 실시된 인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980년대생 임원과 여성 CEO가 전면에 나서며, 성과주의와 세대교체를 명확히 드러낸 쇄신 인사로 평가된다.

이번 인사는 지난해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졌다. 그룹 측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과제를 신속히 실행하고, 미래 전략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추석 연휴와 국정감사 등 대외 일정은 물론,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알리익스프레스-지마켓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도 인사 시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에서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와 문성욱 시그나이트 대표는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사장은 1985년 입사 후 약 40년간 그룹에 몸담으며, ‘하우스 오브 신세계’, ‘스위트 파크’ 등 주요 프로젝트를 주도한 인물이다. 정유경 회장의 배우자인 문 사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직도 겸하게 되면서, 가족이자 경영 파트너로서의 존재감을 더욱 강화했다.

전자상거래 부문도 전열을 다시 짰다. 신세계와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의 합작법인으로 재편된 G마켓은 신임 대표로 제임스 장을 내정했다. 그는 알리바바의 동남아 이커머스 플랫폼 ‘라자다’를 이끌었던 글로벌 전문가로, 셀러들의 해외 진출과 인공지능(AI) 기반 기술 역량 강화를 통해 G마켓의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7월 정형권 대표 선임 이후 1년 만의 교체다.

SSG닷컴 대표로는 최택원 이마트 영업본부장이 내정됐다. 그룹은 이마트와 SSG닷컴 간 시너지를 강화해, 신선식품 등에서 SSG닷컴만의 차별화를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성과가 미진했던 계열사에도 변화가 이어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에는 김덕주 해외패션본부장이, 코스메틱2부문 대표에는 1985년생 이승민 대표가 각각 내정됐다. 이 대표는 신세계그룹 사상 첫 여성 CEO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신세계디에프(면세점) 신임 대표로는 이석구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가 선임됐다. 조선호텔과 스타벅스 대표 등을 지낸 베테랑 경영인인 그는, 적자가 지속 중인 면세 사업의 정상화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특히 인천공항 임대료 조정 협상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함께 소송을 벌이던 신라면세점이 철수를 예고한 가운데, 신세계의 결정에 업계 이목이 쏠린다.

신세계푸드는 임형섭 B2B 담당이 새 대표로 발탁됐다. 그는 신세계푸드의 B2B 전문기업 전환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최훈학 전 SSG닷컴 대표가 새 수장을 맡는다.

이번 인사는 명확한 세대교체 의지를 담고 있다. 신임 임원 32명 중 14명이 40대로, 40대 비중은 전체의 44%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제임스 장과 이승민처럼 1985년생 임원이 핵심 계열사를 이끄는 구조도 주목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성과 중심 리더십과 젊고 유연한 인재 배치를 통해 본업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