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지역 장성들까지…美 ‘전례없는 소집령’ 왜?

입력 2025-09-26 14:46 수정 2025-09-26 16:47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19일(현지시간) 이날 국방부 연병장에서 주관한 '전쟁 포로 및 실종자 기억의 날'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분쟁 지역까지 포함해 전 세계 미군 장성들을 전원 소집했다. 미 국방장관이 현역 장성 전원을 특정 기지로 집결시키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오는 30일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회의를 열고 국내외에서 복무 중인 준장 이상 지휘관 대부분을 참석시키기로 했다.

이번 회동에는 유럽, 중동, 아시아·태평양 등 해외 주둔 장성은 물론 분쟁 지역에서 작전 중인 지휘관들까지 포함된다. 미군 전체에서 준장 이상 장성은 약 800명에 달한다. 보좌 인력까지 합치면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집결할 전망이다. 국방부 대변인은 “헤그세스 장관이 고위 장성과 만날 예정”이라며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이례적 소집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소집은 최근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이 커지고, 헤그세스 장관이 취임 후 노골적인 정치적 행보로 인해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발표됐다고 WP는 전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최근 국방부를 상대로 대대적인 장성 해임과 ‘4성 장군 20% 감축’ 방침을 밝힌 상황이다.

군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WP에 따르면 한 관계자는 “어떤 국방장관도 장성을 이렇게 모은 적이 없다. 모두가 무슨 의미인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지휘관까지 즉각 집결시키는 방식에 타당성을 의문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사태 발생 시 지휘체계가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반응은 엇갈린다. JD 밴스 부통령은 “장군들이 장관과 회동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의 소집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 앞에서 “어디로 모이라는 거냐”고 되물은 뒤 “부르면 갈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내놨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