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장남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사실상 첫 승기를 거머쥐었다. 자회사 콜마비앤에이치(BNH)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이사회 주도권을 확보한 것이다. 5개월간 지속된 가족 갈등은 이번 임시 주주총회를 계기로 일단락됐지만, 윤동한 회장이 장남인 윤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 주식 반환 소송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 내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콜마BNH는 26일 세종시 세종테크노파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윤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가결했다. 이날 주총에는 위임장을 포함해 총 494명의 주주가 출석, 의결권 주식 기준 총 1972만8835주(69.7%)가 행사됐다.
이번 이사 선임으로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는 기존 3:3의 균형 구도에서 윤 부회장 측 5명, 윤 회장·윤 대표 측 3명으로 재편됐다. 콜마BNH를 이끌어온 동생 윤여원 대표에게는 입지를 흔드는 뼈아픈 결과다. 주총은 윤 회장, 윤 부회장, 윤 대표 모두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다.
윤 부회장의 이사회 진입은 단순한 인사 교체를 넘어 콜마BNH의 사업 재편을 본격화하는 전환점으로 해석된다. 윤 부회장이 이끄는 콜마홀딩스는 그간 콜마BNH의 실적 부진과 기업가치 하락을 이유로 경영 쇄신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콜마BNH를 생명과학 중심의 고부가가치 사업군으로 전환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복원해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다시 세우겠다는 전략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번 임시 주주총회 역시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윤 부회장 측은 “실적 악화로 주주 피해가 발생한 만큼, 최대주주로서의 경영 개입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윤여원 대표 측은 “실적 부진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윤 부회장이 이승화 전 부사장과 손잡고 콜마BNH를 매각하려 한다”는 의심을 제기하며 반발해왔다. 윤동한 회장 역시 “남매가 각각 화장품·제약과 건강기능식품을 맡기로 한 기존 경영 합의는 존중돼야 한다”며 딸의 편에 서 왔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결과는 경영 정상화를 바라는 주주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앞으로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과 전문경영인 체제 복원을 통해 콜마BNH를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재정비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콜마BNH 이사회 구성을 둘러싼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경영권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2라운드로 이어질 전망이다. 창업주인 윤 회장이 지난 2019년과 2016년 윤 부회장에게 증여 주식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이어갈 방침이기 때문이다. 현재 콜마홀딩스 지분은 윤 회장이 5.59%, 윤여원 대표가 7.4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윤 회장이 주식반환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최대주주로서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게 된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