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기소해” 트럼프 지시 5일 만에 ‘정적’ FBI 前국장 기소

입력 2025-09-26 11:49 수정 2025-09-26 11:50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제임스 코미(64)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25일(현지시간) 의회 허위 진술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 등에 대한 기소를 압박한 지 5일 만에 기소가 이뤄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동부 연방지방법원에 구성된 연방대배심은 이날 연방검찰이 제출한 3건의 혐의 중 2건에 대해 기소를 결정했다. 검찰이 공개한 공소장에는 의회 허위 진술 및 의회 절차 방해 혐의가 적시됐다. 연방법무부는 유죄 확정시 최장 5년 징역형 선고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기소는 공소시효 5년 만료를 닷새 앞두고 이뤄졌다.

버지니아동부 연방지방검찰청 검사들은 코미 전 국장이 2020년 9월 30일 연방상원 법사위원회에서 ‘크로스파이어 허리케인’ 수사에 관해 증언하면서 위증했다고 주장했다.

크로스파이어 허리케인은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게이트’ 의혹 수사에 붙은 이름이다. 당시 러시아와 2016년 트럼프 선거운동본부가 공모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수사를 통해 입증되지는 않았다.

검찰 공소장에는 코미가 어떤 인물로 하여금 다른 인물에 대한 정보를 기자들에게 유출하도록 승인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인물들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정식 기소가 이뤄지면서 향후 재판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코미는 기소 사실이 알려진 직후 트럼프에 맞선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나는 두려워하지 않으며,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이기를 희망한다”며 “법무부에 대해 가슴이 아프지만 나는 연방 사법 시스템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코미 기소 발표 직후 트루스소셜에 “그는 우리 나라에 정말 나쁜 일을 정말 오래 해왔다. 이제 그가 국가에 대한 범죄에 책임을 지는 절차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코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인 2013년 9월 FBI 국장으로 취임했다. 10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트럼프 1기 초기인 2017년 5월 해임됐다. 그는 크로스파이어 허리케인 수사 지휘 도중 해임된 후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트럼프는 지난 20일 팸 본디 법무장관에게 코미와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애덤 시프(민주·캘리포니아) 연방상원의원 등 3명을 “당장” 기소하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2기 취임 직후 버지니아동부 연방지검 임시 검사장으로 일해온 에릭 시버트는 코미 기소 추진을 거부해왔다. 트럼프는 지난 19일 그를 해임한 후 지난 22일 백악관 특별보좌관 린지 핼리건을 임시 검사장으로 임명했다. 검사 경력이 전무한 핼리건은 취임 당일 불기소 처분 방침을 뒤집고 검사들에게 기소 추진을 지시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