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 퇴치해야”…숯불 피워 조카 살해한 무속인 무기징역

입력 2025-09-25 20:29

악귀를 퇴치해야 한다며 30대 조카를 숯불로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무속인이 무기징역을 25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범행 방식이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잔혹하고 엽기적이라며 질책했다.

인천지법 형사16부(부장판사 윤이진)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무속인 A씨(79·여)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A씨 자녀 등 공범 4명에게는 각각 징역 20~25년을, 살인 방조 혐의를 받는 다른 2명에게는 각각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검찰도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하는 한편 공범 4명에게는 징역 15~20년을, 살인 방조 혐의를 받는 다른 2명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결박하고 장시간 숯불로 고문했는데,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범행 방식이 잔혹하고 엽기적”이라고 질책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A씨 친척이나 가족들로 반인륜적 범행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을 견디다 못해 경련을 일으키면서 정신을 잃었다”며 “피해자가 사망할 때까지 겪었을 고통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범행을 당한 후 2시간이 넘도록 구호 조치를 받지 못한 채 숨졌으나 피고인들은 범행을 은폐하려고 현장을 정리하고 출동한 119구급대원에는 ‘숯 위에 엎어졌다’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허위 주장을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부모는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으나 (피고인들이) 자기 잘못을 뉘우친다고 보기 어렵고 합의금이나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아 (형량) 감경 사유가 될 수 없다”며 “피해자 부모는 장기간 A씨 정신적 지배를 받아왔고 오히려 이들에게 고맙다고 진술하기도 했다”고 판결했다.

A씨 등은 지난해 9월 18일 인천 부평구 한 음식점에서 숯불을 이용해 B씨(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조카인 B씨가 가게 일을 그만두고 자신의 곁을 떠나려고 하자 “악귀를 퇴치해야 한다”며 범행을 준비했다. A씨는 자녀들과 신도를 불러 B씨를 철제 구조물에 포박한 후 3시간 동안 몸에 숯불 열기를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고통을 호소하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으며 사건 당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튿날 화상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굿이나 공양으로 현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오랜 기간 신도들을 정신적으로 지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상해치사 혐의로 A씨 등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추가 수사를 거쳐 살인 혐의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