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매물 걷고, 매수자 패닉바잉’ 시즌2?… 서울 집값 또 과열 조짐

입력 2025-09-25 16:00
연합뉴스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시장이 다시 들끓고 있다. 9월 들어 매주 집값 상승 폭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현장에선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올리는 모습이 재발하고 있다. 9·7 공급대책이 시장에 충분한 시그널을 주지 못했고, 추가 규제를 예상하고 미리 매수에 나서는 움직임이 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은 25일 9월 넷째 주(22일 기준)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전주 대비 0.19% 상승했다고 밝혔다. 34주 연속 상승세다.

6·27 대출 규제로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서울 부동산시장은 9월 첫째 주부터 0.08→0.09→0.12→0.19%로 매주 상승 폭을 키우며, 지난 7월 둘째 주(0.19%) 이후 10주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하는 건 ‘한강벨트’에서도 최상급지인 강남·서초가 아닌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상급지들이다. 성동은 전주 대비 0.59% 상승하며 25개 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마포(0.43%), 송파·광진(0.35%), 강동(0.31%) 용산·양천(0.28%) 등이 뒤를 이었다. 대표 부촌인 서초와 강남은 각각 0.20%, 0.12%를 기록했다.

이들 지역은 오름폭도 가파르다. 성동(0.41→0.59%), 마포(0.28→0.43%), 용산(0.12→0.28%), 송파(0.19→0.35%), 광진(0.25→0.35%), 강동(0.14→0.31%), 동작(0.10→0.20%) 모두 한 주 만에 0.1% 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현장에선 이미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면서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 성동구 행당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6·27 규제 후에 한 달 정도는 거래가 줄었는데 시장이 적응했다”며 “최근 매물은 (선호도 낮은) 1~2층이거나, 기존 세입자 전세금이 1~2억원대로 낮아서 비용 부담이 큰 매물뿐이다. 호가가 너무 높지 않으면 바로 나간다”고 말했다.

마포구 신공덕동의 한 공인중개사도 “13억원짜리 매물이 하나 있었는데 며칠 새 8000만원을 올렸고, 전용 59㎡짜리 매물 하나는 한 달도 안 되는 새에 1억원이 올라 안 팔릴 줄 알았는데 바로 팔렸다”며 “지난주까지 엄청 바쁘다가 이번 주에 매물이 없으니까 그나마 한숨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규제 우려로 ‘막차 수요’가 쏠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성동구와 마포구는 유력한 차기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지정 대상으로 꼽힌다. 마포구 염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8월말, 9월초부터 거래가 빈번했다. 토허구역 지정될까봐 막 사들인다”며 “집주인들은 오를 거라 예상해서 매물을 거두고 부르는 게 값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9·7 공급대책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매수희망자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움직이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성동구 금호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통령도 ‘대책이 계속될 것’이라고 하니 추가 규제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리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9·7 공급대책이 집값 안정 시그널을 주지 못한 게 가장 크다”며 “아파트값은 아파트가 부족해서 오르는 건데 다른 유형의 집을 공급하겠다는 게 상당수였고, 대규모 공급에 대한 세부적 계획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권중혁 정진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