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고신 6신] 손현보 목사 설교, 문제 없는지 1년간 연구키로

입력 2025-09-25 15:30 수정 2025-09-25 15:30
예장고신 총대들이 25일 충남 천안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제75회 총회 셋째 날 회무를 처리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총회장 최성은 목사)이 교단 소속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의 구속적부심 청구가 기각되자 “안타까운 상황 앞에서 겸손히 우리의 부족함을 회개한다”면서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하기를 촉구한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예장고신은 25일 충남 천안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열린 제75회 총회 셋째 날, 회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전날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교단 소속 손 목사의 구속이 적법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예장고신은 즉각 최성은 총회장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우리는 손현보 목사의 구속이 다른 목사에 대한 선례가 될 것을 우려한다”며 “불구속 재판의 원칙을 따라 달라”고 했다. 다만 예장고신 측은 손 목사의 구속적부심을 앞둔 지난 23일 연 기자간담회에서 “사법부 판결을 존중, 수용할 것이다”고 밝힌 만큼 재판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손현보 목사. 국민일보DB

예장고신은 이날 손 목사의 설교 및 정치 활동에 대해 1년간 총회신학부와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에 맡겨 연구한 뒤 차기 총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앞서 서울중부노회 등에서는 손 목사에 대한 교단의 신학적 견해를 밝혀달라는 청원과 그의 설교가 교회 헌법과 고신총회 정신에 적절한가를 묻는 헌의안을 올렸다. 당시 청원 취지에는 손 목사의 주일 설교가 “특정 정치인과 세력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헌법과 교리의 정신을 크게 벗어났을 뿐 아니라 국민과 교회를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독교에 대한 혐오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담겼다. 집회 장소가 아닌 주일 공예배 현장에서 선포된 설교로는 부적절하며, 교회 헌법과 교리 정신에 배치된다는 취지다.
총회 신학부 소속 총대들이 전날 학교의 한 강의실에 모여 안건을 토의하는 모습.

이 같은 취지의 헌의안을 두고 총회 개회 전부터 교단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다. 총회 헌의위원회가 관련 헌의안들을 기각했다가 안건을 제출한 노회들의 항의로 기각이 다시 철회되면서다. 총회장 명의의 입장문도 발표 전날까지 입장문 발표 여부와 문구 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다.

헌의안을 올린 노회는 일단 기각되지 않고 1년간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안도했다.

지방의 한 노회 S목사는 “손 목사가 구속된 것은 개인적으로 가슴 아프고 좀 과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교단은 이 사안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일반 국민의 정서도 살펴야 한다”며 “손 목사 입장만 생각해 그를 두둔하고, 마치 종교 탄압과 핍박을 받는 것처럼 입장을 내면 기독교인들을 혐오 집단으로 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고신 교단뿐만 아니라 기독교의 존재 기반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향후 대응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신을 사랑하는 성도들의 모임’ 측은 성명을 내고 총회 차원의 공론 장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들은 “신학부와 신학대학원 교수회에 1년간 연구를 의뢰한 것이 시간 끌기와 책임 미루기가 되지 않으려면, 총회 임원회가 주관하는 공개 토론회를 여러 차례 개최해 쟁점들에 대해 논의하고 의견을 모아가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안=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