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축도에 ‘이번 주 실천할 것 1가지’ 담아보세요”

입력 2025-09-25 14:38 수정 2025-09-25 14:54
안덕원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교수가 25일 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z세대와 예배-본질을 회복하고 세상과 소통하라'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예배당 문을 나서는 순간 끝나는 ‘공연’같은 예배가 되지 않게 할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됐다. 안덕원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교수는 25일 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곽승현 목사)에서 열린 제2회 예배찬양학술대회에서 “파송과 축도에 ‘이번 주 함께 실천할 한 가지’를 선포하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주중의 삶을 움직이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예배의 본질은 하나님의 말씀(계시)에 대한 회중의 응답”이라며 “말씀을 듣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응답이 삶의 실천으로 이어질 때 예배가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성경과 전통이 보여주는 예배의 뼈대라고 설명했다. 성경의 출애굽기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다 준행하리다”라고 고백한 장면처럼 하나님이 말씀하시고 이에 공동체가 응답하는 구조가 성경 전반에 나타난다. 그는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가 말한 “하나님이 말씀하시고 우리는 찬양과 기도, 결단으로 답한다”는 말을 인용하며 “예배는 언제나 하나님이 시작하신 일에 대한 공동체의 반응”이라고 했다.

그러나 오늘날 예배는 종종 공연처럼 소비되고 말씀이 삶의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예배에서 드린 고백이 일상에서 행동으로 번역되지 못하면 말과 삶이 어긋나고 신앙 형성도 약해진다”고 진단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적 대안으로 그는 먼저 예배당 안에서의 변화를 제안했다. 침묵과 참회기도를 포함해 하나님 앞에서 경외를 경험하도록 하고, ‘정의·화해·환대’를 위한 공동 기도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일깨워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기도·성경봉독·중보기도를 다양한 회중이 맡아 참여를 확대하고 강단을 낮추거나 좌석을 반원형으로 재배치하는 공간 변화도 권했다. 그는 “작은 조정만으로도 ‘함께 예배드린다’는 감각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예배가 예배당 밖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제안도 내놨다. 파송과 축도에서 ‘이번 주 함께 실천할 한 가지’를 선포하면 공동체가 일주일 동안 함께 행동하며 예배의 고백을 삶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작은 실천이라도 공동체가 함께하면 예배는 예배당에서 끝나지 않고 세상 속에서 계속된다”고 했다.

예배 형식을 둘러싼 전통과 현대의 대립 구도에 대해서도 “본질이 아닌 비본질의 문제”라며 “전통의 깊이를 배우되 현대의 문화 친화성과 환대를 외면하지 말고 창의적으로 결합하는 ‘블렌디드 예배’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렌디드 예배는 전통의 상징성과 깊이에 현대 문화의 친근함과 참여성을 더해 세대와 문화의 틈새를 좁히는 방식을 말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Z세대에게 온라인과 현장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는 “온라인을 단순한 대체재로 보지 말고 공동체가 연결되는 또 다른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현장 예배는 여전히 공동체성을 경험하는 중요한 자리인 만큼 소그룹과 교제를 통해 의미를 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예배사역자연합(리더 백낙웅 선교사)이 주최한 이번 학술대회는 예배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다음 세대와 소통하는 실제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곽승현 목사(예사연 이사장)는 환영사에서 “20여년 전 청년 시절 예배자로 섬길 수 있었고 예배의 부흥을 목격할 수 있었던 건 특별한 축복이었다”며 “다음 달 3일 우리 교회 인근 고양 킨텍스에서 1만5000명 청년이 모이는 G2A(GO TO ALL)라는 대형 예배 집회가 예정돼 있다. 하나님께서 예배사역을 한국 땅에 다시 일으키고 계신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고양=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