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세상의 불의에 오염됐음을 자책하며 ‘처음 사랑을 회복하자’는 목소리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이종화 목사) 총회 현장에서 울려 퍼졌다. 지난해 12·3 계엄 사태의 상흔을 언급하며 극단적 이념의 폐해를 직시하고 ‘처음 사랑의 회복’을 교회의 과제로 천명했다.
기장 총회는 25일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열린 제110회 총회를 폐회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헌법 일부 조항을 개정하고 교단의 시대적 과제를 담은 총회 선언서를 채택했다.
총회대의원들은 만장일치로 ‘살아계신 하나님, 처음 사랑을 회복케 하소서’라는 제목의 총회 선언서를 채택했다. 선언서는 교회의 자기 성찰과 사회적 책임을 천명한다.
선언서는 “우리는 창조주의 뜻에 순종하며 살아야 할 피조물이나 우리 시대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부인하고 있다”며 “과학기술은 모든 피조물을 행복하게 보존하라고 하나님이 인간에게 위임해 주신 은총임을 망각하고, 현대 정신은 하나님을 세상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회도 세상의 불의에 오염되었음을 자책한다”며 “처음 사랑을 회복하고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교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선언문은 기후위기와 전쟁, 민주사회 회복 등 현안을 언급하며 교회의 적극적 역할을 촉구했다. 기장은 세계교회협의회(WCC)가 추진하는 ‘에큐메니컬 10년 기후정의 행동’에 참여해 생태 정의와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할 것을 다짐하며 한반도를 비롯한 전 세계의 전쟁 종식과 평화 체제 정착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다짐했다.
기장은 특히 지난해 발발한 12·3 계엄 사태의 상흔을 언급하며 “극단적 이념과 거짓 선동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민주 사회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사회적 약자와 함께 정의와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앞서 기장은 헌법 개정을 통해 목회자의 가정권과 휴식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로 결의했다. 총대들은 목사의 휴양과 휴무 규정을 보완하기로 했다. 이번 개정으로 ‘시무 중인 목사(준목·전도사)가 자녀를 출산할 경우, 교회는 3개월의 출산휴가와 1년 이하의 유급 휴직을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폐회예배에서 이종화 총회장은 “세상으로 나아가 주님의 증인으로 살아가자. 주님이 주신 말씀과 명령을 가슴에 안고 섬김의 현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번 총회를 통해 ‘살아계신 하나님, 처음 사랑을 회복케 하소서’라는 기도가 교회와 민족 가운데 영원히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천=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