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호영 국회 부의장, 또 필버 불참? “예정됐던 일본 일정”

입력 2025-09-25 10:55 수정 2025-09-25 15:44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 부의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 부의장이 25일부터 최소 사흘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회 본회의 필리버스터 일정에도 불구하고 26일 일본으로 출국할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학영 부의장이 필리버스터를 대비해 외부 일정을 취소한 것과 대비된다. 주 부의장은 앞서 두 차례 국회 필리버스터 사회에 불참해 우 의장으로부터 공개 비판을 받았다.

25일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주 부의장은 26일 일본으로 출국한다. 한일의원연맹 회장 자격으로 일본에서 열리는 일정에 참여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일정을 취소하지 않았다. 주 부의장 측은 “본회의 일정과 무관하게 한참 전부터 예정돼 있던 일정”이라고 해명했다.

주 부의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는 이미 사망했다”며 “사법파괴의 현장에서 사회를 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본 출장 일정과 별개로 민주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에 반대하는 뜻에서 의장석 사회를 거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국회 본회의는 25일 오후 시작된다. 민주당 요구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상정되면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최소 24시간 반대 토론에 돌입할 예정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비롯해 최소 4건의 쟁점 법안이 처리될 것으로 예상돼 필리버스터는 최소 4박 5일간 진행된다. 주 부의장이 해외 일정 등을 이유로 사회를 거부한다면, 우 의장과 이 부의장이 번갈아 가며 사회를 봐야 한다.

주 부의장은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때 해외 일정, 사회 거부 등의 이유로 자주 국회를 비워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3법’ 중 두 번째 법안인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 개정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가 시작됐을 때도 주 부의장은 사회를 거부했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주 부의장이 방송법·방문진법 필리버스터 사회에 불참한 것과 관련해 토론 도중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는 사람 따로 있고 사회 보는 사람 따로 있다.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방송법 필리버스터 당시에도 주 부의장은 사회를 거부했었다. 이에 우 의장은 본회의장에서 새벽에 사회를 보다 “이 시간까지도 자리를 비우고 있는 주 부의장께도 깊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회의원으로서 주 의원이 방송4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이 부의장으로서 본회의 사회를 거부하는, 직무를 거부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었다. 당시 추경호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사회 거부를 요청했다.

주 부의장이 불참하면 우 의장과 이 부의장이 3시간씩 교대로 사회를 봐야 한다. 이 부의장도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방송4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과 국회 부의장으로서의 직무를 책임 있게 수행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라며 “의장 직무를 대리하는 부의장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최소 5박 6일, 100여 시간에 걸친 본회의 내내 의장 혼자 의장석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었다.

주 부의장은 국회 본회의 참석 여부와 별개로 필리버스터 진행 자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지난해 주 부의장은 우 의장에게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도, 국민의힘이 벌이는 필리버스터도 중단시켜 달라”고 촉구했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국회의장은 지금이라도 충분한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법률안과 의안은 처리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며 “야권이 190석 의석을 앞세워 무제한 토론을 24시간마다 강제 중단시키는 것은 숙의민주주의와 합의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폭거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권이 지금 국회에서 벌이는 행태에 상식 있는 국민이 모두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며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지는 증오의 굿판을 당장 멈춰야 한다. 여야 지도부가 국회의원들을 몰아넣고 있는 이 바보들의 행진을 멈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판 이강민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