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자국을 ‘종이 호랑이’에 빗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롱을 정면 반박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러시아는 호랑이가 아니라 곰이며, 종이 곰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진짜 곰”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경제가 “회복력과 거시경제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2년간의 급속한 성장 이후 경기 둔화와 고질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긴장과 문제를 겪고 있다”고 인정했다.
또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빼앗긴 영토를 탈환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고 국익을 보장하기 위해 특별군사작전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국가의 현재와 미래, 앞으로의 세대를 위한 조처로 우리에게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의 관계 개선 노력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결과를 낳았다”며 미국과의 관계 회복이 사실상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과의 관계 회복 과정이 “기대보다 훨씬 느리게 진행 중”이라며 “양국 이익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많지만 ‘불편 요소’를 제거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러시아 항공기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영공 침범 논란도 부인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서방이 러시아 군용기를 두고 “히스테리를 부린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뉴욕 유엔총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후 소셜미디어에 “러시아가 실질적 군사 강국이라면 일주일도 안 돼 끝낼 전쟁을 3년 반째 목적 없이 싸우고 있다”며 러시아를 ‘종이 호랑이’로 비하했다.
그는 또 “나토의 지원이 더해지면 우크라이나가 전쟁이 시작됐을 당시의 원래 국경을 회복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도 나토 회원국 영공을 침범하는 러시아 군용기는 격추하라고 독려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