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강력한’ 태풍 라가사, 대만 강타

입력 2025-09-24 21:13
대만 화롄현. AFP연합뉴스

초강력 태풍 ‘라가사’가 대만과 필리핀을 잇따라 덮치며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24일(현지시간) 대만 중앙통신,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대만 당국은 제18호 태풍 라가사의 여파로 화롄현의 호수가 범람하면서 이날 오후 4시 기준 17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실종자는 초기 100여명에서 구조작업이 진행되며 17명으로 줄었다.

최대 피해 지역은 동부 화롄현 광푸향 일대다. 두 달 전 산사태로 강물이 막혀 형성된 호수(언색호)가 이번 폭우로 범람하면서 마을을 덮쳤다. 호수는 수심 200m, 저수량 9100만㎥ 규모다. 이번에 라가사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약 6000만t의 물이 쏟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다리와 도로가 유실되는 등 시설물 피해도 발생했다.

현지 주민들은 “당국이 산사태로 생긴 위험한 호수를 방치했다”며 국가 책임을 묻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편 라가사가 대만과 필리핀 사이를 관통하면서 필리핀 북부에서도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최소 10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AP연합뉴스

태풍이 중국 남부 해안을 향해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태풍 영향권에 든 중국 남부와 홍콩 등 지역에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광둥성 양장시 하이링섬에서는 라가사 여파로 이날 오후 5시께 해안가를 따라 산사태가 발생했으며, 태풍 중심부에서는 최대 시속 144㎞에 이르는 강풍이 관측됐다.

광둥성 전역에서 100만명 이상이 대피했으며 12개 도시의 학교와 공장이 문을 닫고 대중교통 운행도 중단됐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광둥성 일대 마트와 슈퍼마켓이 사재기로 인해 텅 빈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같은날 새벽 홍콩 기상청은 최고 수준 단계인 ‘태풍 경보 10호’를 발령하고 올해 들어 남중국해와 북서 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한 열대 저기압 가운데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항공편 700편 이상이 취소되는 것은 물론,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전면 휴교에 들어갔다.

라가사는 중심부 최대 풍속이 시속 220㎞에 달했던 ‘초강력’ 태풍이다. 현재 시속 약 22㎞ 속도로 서쪽·서북서 방향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