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도 로봇 심판 시대가 열렸다.
MLB닷컴은 24일(한국시간) 이듬해부터 MLB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전 경기에 자동 투구판정시스템(ABS)이 도입된다고 밝혔다. MLB 공동경쟁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ABS 정식 도입 여부를 두고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구단 대표 6명과 선수 대표 4명 및 심판 대표 1명 등 총 11명이 투표했고, 다수결로 찬성 의견이 내려졌다.
앞서 KBO리그는 지난 시즌부터 1군에 ABS를 도입했다. 모든 투구를 ABS로 판정하는 KBO리그와 달리, MLB는 챌린지 방식을 택했다. MLB닷컴은 “여전히 인간 심판을 원하는 야구팬과 관계자들이 존재한다. 챌린지 방식은 전통과 기술 사이의 중간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팀별로 경기당 두 차례 챌린지 기회를 얻는다. 판정이 번복되면 기회가 유지되고, 번복되지 않으면 차감된다. 연장전 돌입 시 기회가 한 차례씩 추가된다. 챌린지 신청 자격은 타자와 투수, 포수에게만 주어진다. 벤치에선 신청할 수 없다. 모자나 헬멧을 두드려 심판에게 챌린지 의사를 전달한다.
MLB 사무국은 2022년부터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ABS를 시범 운영해 왔다. 올해부터 빅리그로 범위를 확대해 스프링캠프와 올스타전에서 제도를 검토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치러진 288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4.1회의 챌린지가 진행됐다. 이중 번복률은 52.2%로 절반을 넘었다. 투수와 포수로 이뤄진 수비 측의 번복 성공률(54.4%)이 타자 측(50%)보다 높았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팬들과 선수들의 지지가 있었다. 사무국이 스프링캠프 기간 야구팬을 대상으로 진행한 ABS 도입 여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9%가 제도를 유지하는 것에 찬성했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팬 의견을 수렴해 마이너리그에서 장기간 ABS에 대한 테스트를 거쳤다”며 “선수들의 선호도까지 반영한 결과다. ABS는 지속해서 효과를 거뒀고,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