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WCBF] 우신구 “공간 재생으로 부산 브랜드 도약”

입력 2025-09-24 17:30 수정 2025-09-24 20:13
24일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세계도시브랜드포럼(WCBF) 전야행사에서 우신구 부산시 총괄건축가가 근대 개항 이후 형성된 도시 경험을 글로벌 브랜드로 확장하는 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부산의 탈산업 공간을 재생과 15분 생활권으로 엮어 수변과 경사지의 경험을 도시브랜드 자산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신구 부산시 총괄건축가(부산대 교수)는 24일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세계도시브랜드포럼 전야행사에서 이렇게 제안했다. 현장에는 건축·디자인 업계 전문가와 대학생 200여명이 참석했다.

우 총괄건축가는 부산의 지난 공간 역사를 압축해 한 줄로 풀었다. 산과 바다가 맞닿은 지형 때문에 일제강점기부터 매립이 도시 확장의 기본이 됐고, 항만과 철도가 바다와 도시를 갈라놓았다. 전쟁과 산업화는 급증한 인구를 산복도로 경사지로 밀어 올렸고 탈산업화 이후에는 공장과 창고, 노후 주거가 빈집으로 남았다. 일부 조사 구역의 빈집 비율이 30퍼센트를 넘었다는 점도 짚었다. 서부 원도심과 동부 신도심의 격차는 이때 본격화했다.

24일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세계도시브랜드포럼(WCBF) 전야행사에서 우신구 부산시 총괄건축가가 근대 개항 이후 형성된 도시 경험을 글로벌 브랜드로 확장하는 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반전의 계정은 재생이었다. 방치된 제철소 부지를 문화 복합공간으로 바꾼 F1963, 주민 동의가 낮아 외곽에서 시작했다가 마을 내부로 확장한 감천문화마을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대표 사례다. 감천은 종교공동체가 축대를 쌓아 지은 집단 주거에서 출발했고 2019년 방문객 300만 명을 넘겼다. 외국인 비중이 60퍼센트를 웃돌면서 개발 압력이 높아지자 사하구는 보존형 지구단위계획으로 높이와 형태를 규제하고 프랜차이즈 입점을 막았다. 영도 흰여울마을도 해안 절벽 경관을 살린 생활형 관광지로 안착했다.

수변 경험은 도시 브랜드의 무대로 재해석됐다. 광안대교와 반원형 해변이 만든 해안 시어터는 불꽃축제와 드론쇼의 배경이 됐다. 물류 효율을 위해 지은 외곽의 일곱 개 교량은 걷기와 달리기, 자전거 행사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주 열린 세븐브리지 투어에는 외국인도 적지 않았다. 우 총괄건축가는 토목 인프라가 시민의 경험을 생산하는 공간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과제는 분명하다. 북항 재개발을 오페라하우스 개관과 맞물린 내해 성장축으로 삼아 글로벌 거점을 조성해야 한다. 경사지 노후 주거지에는 빈집 리모델링과 소규모 커뮤니티 시설, 게스트하우스 같은 저충밀 프로그램을 유도하고 수직 엘리베이터와 단선 모노레일로 이동성을 보완해 15분 생활권을 실험해야 한다. 보행과 자전거에 친절한 도로 체계로 일상의 이동 품질을 높이는 일도 함께 가야 한다.

우 총괄건축가는 부산은 어디서든 도시와 경관이 함께 보이는 드문 도시라고 했다. 황령산과 천마산, 수정동, 해상에서 바라본 광안대교의 장면이 이미 세계적 가치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빠른 성장의 상처를 정직하게 다루고 재생과 이동과 생활권 품질을 함께 끌어올릴 때 부산은 기능을 넘어 기억되는 도시로 선다. WDC 2028을 향한 다음 단계는 과거의 공간을 미래의 자산으로 바꾸는 실행력에 달려 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