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스트리팅 영국 보건장관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아 위험을 높인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도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BBC 등에 따르면 스트리팅 장관은 이날 영국 방송 ITV에 “임신 여성의 파라세타몰(아세트아미노펜) 사용과 그 자녀의 자폐증이 연관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파라세타몰은 해열·진통 작용을 하는 성분으로, 타이레놀의 단일 성분이다.
스트리팅 장관은 2024년 스웨덴에서 240만여명 아동을 대상으로 수행된 대규모 연구를 근거로 들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에 대해 한 말에 관심을 기울이지 말라”며 “대신 영국의 의사, 과학자, 국민보건서비스(NHS)의 말을 들으라”고 강조했다.
WHO 대변인 타릭 야사레비치도 같은날 언론 브리핑에서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일관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타이레놀 복용과 자폐증 간 연관 가능성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를 언급했으나 해당 연구 결과가 후속 연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며 “재현 가능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분별한 결론을 내리는 데 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MA는 성명을 통해 “임신 중 파라세타몰 사용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임신 중에도 필요시 최소 유효 용량과 빈도로 복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관련 단체와 의학계도 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연구기관 ‘글로벌 헬스 50/50’의 공동설립자 사라 호크스는 “임산부들은 이미 수많은 근거 없는 정보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는 과학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특히 임신 중인 여성의 건강에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뒷받침할 과학적 증거가 없는 말은 특히 자폐아를 둔 부모에게는 엄청난 낙인과 죄책감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웨덴에서 250만건의 임신 사례를 대상으로 파라세타몰 복용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자 빅토르 아흘크비스트는 “임신 중 파라세타몰 복용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오해를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약물 자체가 아니라 약물이 필요한 건강상의 상황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