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와 아카데미 최고상을 휩쓴 션 베이커(54) 감독이 영화 ‘왼손잡이 소녀’의 프로듀서로 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베이커 감독은 25년간 그의 작품 프로듀서를 맡아 온 쩌우스칭 감독의 연출 데뷔작에서 제작·각본·편집을 맡았다.
부산 일정을 마치고 서울에 온 두 감독을 24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베이커 감독은 “한국 방문은 세 번째다. 2015년 부산영화제, 2018년에는 ‘플로리다 프로젝트’ 홍보를 위해 왔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휴대전화 속 봉준호 감독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부산에서 봉 감독과 이명세 감독을 만났다. 박찬욱 감독도 꼭 뵙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인 ‘왼손잡이 소녀’는 대만 타이베이 야시장에서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자매 이안(마시위안)과 이칭(니나 예)의 이야기다. 다섯 살 이칭은 왼손을 쓴다는 이유로 할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듣는데, 대만계 미국인인 쩌우스칭 감독의 개인적 경험이 반영됐다. 베이커 감독은 “서양인에겐 이국적이고 혼란스러운 개념을 아이의 눈으로 그려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두 감독은 한 달 넘게 타이베이에 머물며 실제 야시장에서 아이폰으로 촬영했다. 배우들도 길거리 캐스팅이나 SNS를 통해 일반인을 물색해 기용했다. 베이커 감독은 “‘탠저린’(2015)부터 아이폰을 썼는데 제작비 절감뿐 아니라 생동감과 자연스러움, 기동성, 신선한 미감 등 이점이 있다. 앞으로도 실험을 계속할 것”이라며 “물론 갤럭시폰도 좋다”며 웃었다.
뉴욕에서 영화 공부를 하다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영화에 대한 가치관이 맞아 줄곧 작업을 함께해 왔다. ‘탠저린’ ‘플로리다 프로젝트’ ‘레드 로켓’(2021) ‘아노라’(2024) 등에서 호흡을 맞췄고 ‘테이크 아웃’(2004)은 공동 연출했다. ‘아노라’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본상·편집상을 석권했다.
미국 독립영화계 대표 주자인 베이커 감독은 소수자와 이민자 등 비주류 문화를 꾸준히 조명해 왔다. 그는 “흔히 다뤄지지 않는 하위문화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며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공감과 존중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