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세계디자인수도(WDC)로 도약하는 길목에서 사람 중심의 디자인 철학이 부산의 과제로 제시됐다. 24일 벡스코에서 열린 세계도시브랜드포럼 전야 행사에서 김현선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회장은 “부산은 디자인을 통해 시민 모두가 존엄을 누리고 서로를 배려하며 즐거움을 경험하는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는 세계디자인수도로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08년 서울의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 서울은 세계디자인수도에 선정되면서 도시색과 서체, 상징체계 같은 펀더멘털 디자인을 확립하고 청계천 경관계획과 DDP 같은 디자인 랜드마크로 변화를 시도했다. 그는 “도시 디자인은 디자이너 개인의 역량을 넘어 정책 결정자의 의지와 실행이 좌우한다”며 부산 역시 기본 체계와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김 회장은 자신이 참여한 거가대교 디자인 사례를 들며 “매력적인 건축물뿐 아니라 부산만의 감성을 담은 공간과 지구를 만들어 시민 일상의 경험을 브랜드로 연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령사회와 어린이 안전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치매 환자와 노약자가 일상 속에서 어울려 사는 ‘케어빌리지’ 모델을 소개하며 “배려와 존엄은 도시 설계 초기부터 제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통학로 안전은 데이터로 취약 구역을 진단하고 법제화된 표준 모델과 가이드라인으로 보행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바닥 패턴, 시점부 사인 개선, 차량 감속 유도 같은 디테일한 설계가 사고를 절반으로 줄인 해외 사례도 언급됐다.
관광과 생활을 연결하는 디자인 전략도 제안됐다. 그는 전국 자전거 안내 체계 매뉴얼을 예로 들며 “부산 해안 자전거길을 매력적으로 정비하면 도시 정체성과 관광 매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배려는 모두를 위한 기본, 존엄은 시민의 권리, 펀은 도시가 주는 선물”이라며 “이 세 가지 가치를 담아낼 때 부산은 단순한 기능의 도시를 넘어 세계가 기억하는 도시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