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세계도시브랜드포럼 전야행사… ‘도시, 공간이 브랜드 된다’

입력 2025-09-24 16:51 수정 2025-09-24 17:33
부산 세계도시브랜드포럼(WCBF) 전야행사가 24일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렸다. 행사 후 고미진 부산시 미래디자인본부장(왼쪽부터), 김현선 한국디자인단체 총연합회 회장, 존 커 카우 세계은행 수석 도시전문가, 우신구 부산시 총괄건축가, 마사유키 사사키 오사카시립대학 명예교수, 스티브 아들러 텍사스 주 오스틴 전 시장, 이성호 부산국제건축제 집행위원장 등 주요 연사와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 세계도시브랜드포럼(WCBF)이 24일 해운대 벡스코에서 막을 올렸다. 첫째날 전야행사의 주제는 ‘도시, 공간이 되다: 경험으로 완성하는 브랜드’다. 행사장에는 국내외 건축·디자인 업계 전문가와 대학생 등 200여명이 참석해 세계적 석학들의 제언에 귀 기울였다.

첫 연단에 오른 존 커 카우 세계은행 수석 도시전문가는 “수변 공간은 단순한 경관이 아니라 도시의 회복력과 포용적 성장, 경제 활력을 이끄는 핵심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효과’, 덴마크 코펜하겐의 항만 재생 사례를 언급하며 “수변은 단순한 정비가 아니라 상류·배후지·공공공간까지 통합적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했다. 카우 수석은 “도시는 위협과 기회가 공존한다”면서 “자산을 정확히 규정하고 연결·회복력·형평의 원칙으로 수변을 설계한다면, 부산은 ‘살기 좋은 도시’이자 ‘기억되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선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회장은 “도시는 화려한 건축물이 아니라 존엄과 배려, 즐거움(Fun)이 공존할 때 기억된다”며 부산이 지향해야 할 도시디자인 철학을 제시했다. 그는 “고령사회와 어린이 안전 같은 생활 현안에서 존엄을 설계 단계부터 내장해야 한다”며 “배려와 즐거움이 담긴 공간 경험이 곧 도시브랜드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마사유키 사사키 오사카시립대 명예교수는 인공지능(AI) 시대 창조도시의 미래를 언급했다. 그는 “창조도시 논의는 경쟁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사회적 포용과 연대로 전환해야 한다”며 “AI가 대자본에 독점될 위험도 있지만, 시민과 공동체의 창의적 협력을 촉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볼로냐의 협동조합 모델, 바르셀로나의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을 예로 들어 “부산도 산업·학계·시민이 연결된 연대형 창조도시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우신구 부산시 총괄건축가는 “부산은 개항 이후 형성된 도시 경험을 탈산업 이후 재발견된 공간과 연결해 글로벌 브랜드로 확장할 수 있다”며 “영도 봉산마을, F1963 같은 재생 사례는 부산형 도시 전략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사들의 메시지는 각기 달랐지만, 공통된 핵심은 분명했다. 도시브랜드는 결국 시민이 체험하는 공간에서 완성된다는 점이다. 수변 재창조는 북항 재개발과 해양관광 자산을 가진 부산의 현실과 맞닿아 있고, ‘배려와 즐거움’이라는 디자인 철학은 생활 속에서 체감되는 ‘Busan is good’ 전략과 연결된다. 창조도시의 연대성은 세계디자인수도(WDC) 2028 추진 과정에서 시민 참여 확대라는 과제와 직결된다.

고미진 부산시 미래디자인본부장은 “WDC 2028 선정은 부산의 도시디자인 성장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며 “부산을 ‘나를 위한 도시’로 시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도록 포용성과 지속가능성, 시민참여성이 높은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