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라가사’가 대만을 강타해 최소 14명이 숨지고 124명이 실종됐다.
AP·로이터통신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대만통신사(CNA) 등은 대만 화롄현에서 태풍으로 홍수가 발생해 이 같은 규모의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만 소방서(소방청)은 사망자 대부분은 고령자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산사태로 흘러내린 흙모래가 강물을 막으며 생긴 호수 ‘언색호’는 전날 오후 2시50분쯤 순식간에 범람해 마타이안강의 다리를 끊어놨다.
약 8500명이 사는 광푸향에서는 주민의 절반 이상이 높은 건물로 대피했고 나머지는 다른 지역으로 대피했다. 당국은 “광푸향 내 1000명이 사는 다마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 고립돼 있다”며 “가장 중요한 과제는 사람들을 대피소로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물자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 당국은 언색호의 수량을 9100만t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 약 3만600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홍수 당시에는 약 6000만t의 물이 쏟아져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태풍은 중국 남부 해안과 홍콩을 향해가고 있어 이 지역들도 긴장 중이다.
한편 홍콩에서는 태풍의 영향으로 7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돼 사실상 도시가 폐쇄됐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는 지난 22일부터 휴교에 들어갔다.
홍콩 천문대는 이날 오전 2시40분을 기점으로 최고 수준 단계인 ‘태풍 경보 10호’를 발령했다.
라가사는 중심부 풍속이 한때 최대 시속 220㎞를 찍기도 했다. 시속 약 22㎞로 서쪽 혹은 서북서 방향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에서는 전날 오후 3시24분쯤 차이완 해안가 방파제에서 파도를 구경하던 일가족 3명이 파도에 휩쓸리기도 했다. 이들은 물에 빠졌다가 구조됐는데 어머니와 5세 아들은 위독한 상태다. 아들을 구하러 바다에 들어갔던 아버지는 치료를 받고 있다.
중국 선전시와 남부 쪽의 광둥성도 비상 대응 태세를 가동하고 있다. 광동성 전역에서는 100만명이 넘는 인원이 대피했다. 12개 도시 내의 학교와 공장은 문을 닫았고, 대중교통 운행은 중단된 상태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