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7신] 목사님 ‘이 말’도 성희롱입니다…빈자리가 남긴 숙제

입력 2025-09-24 14:31 수정 2025-09-24 14:34
강두리(법무법인 백송) 변호사는 24일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열린 제110회 총회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1 “남자는 허벅지가 튼실해야 하는데 좀 부실하다.”
#.2 “요즘 왜 이렇게 살쪘어. 그래가지고 남친(여친)이 좋아하겠어?”
#.3 “여자 목사님이 커피 타주니 더 맛있네요.”

교회 일상에서 가볍게 던진 말이 성희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이종화 목사)는 제110회 총회 둘째 날인 24일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했다.

강의에 나선 강두리(법무법인 백송) 변호사는 “농담처럼 건넨 말도 상대방이 굴욕감을 느끼면 성희롱이 된다. 교회라고 예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교회 성폭력이 은폐되기 쉬운 이유로 종교적 위계와 신앙공동체의 밀폐성을 들며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교회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2차 피해를 막는 분수령”이라고 강조했다.

강 변호사는 성폭력 판례를 제시하면서 피해 방지 차원에서 교회의 책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판례에 따르면 부교역자가 전도사에게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뒤따라다닌 사건에서 법원은 가해자뿐 아니라 교회 측에도 사용자책임과 관리·감독 의무 위반을 물었다. 교회 내 성폭력이 단순히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공동체 차원의 책임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변호사는 대응 지침도 소개했다. 그는 △성폭력대책위원회 구성 △피해자 우선 보호 △가해자 직무 배제 △외부 전문기관 협력 △조사와 징계의 투명성 확보 등을 제시했다. 또 인공지능(AI) 도구를 상담 기록 정리와 예방 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교육 현장에서는 총대들의 참여 부족이 나타나 아쉬움이 묻어 났다.

앞서 기장 총회는 제103회 총회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매년 1회 이상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제109회 총회 양성평등위원회는 총대 전원이 개회 시 의무적으로 교육에 참여하도록 헌의했다. 제재나 의무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공감대 속에 지도자 그룹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그럼에도 정작 제110회 총회 교육 자리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홍천=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