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오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훼손 등급제를 도입한다.
제주도는 오름 훼손 정도를 등급화해 훼손이 심한 4~5등급에 대해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하는 내용의 ‘오름 보전·이용 및 관리 지침안’을 최근 누리집에 공개했다고 24일 밝혔다. 내달 20일까지 도민 의견을 수렴해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지침안에 따르면 1등급은 탐방로 내부에 침식이나 나지(초목이 없는 상태) 확대 등 훼손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다. 주변 원식생과 거의 동일한 식생과 군락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주변과 식물상이 거의 동일한 경우다.
2등급은 토양 침식 깊이가 15㎝ 미만으로, 탐방로 내부에 사람들이 걷는 길의 바닥면 침식이 발생했으나 수목 뿌리·암석이 노출되지 않은 상태다. 3등급은 토양 침식 깊이가 15~30㎝미만이며, 탐방로 내부에 수목 뿌리·암석이 노출된 경우다.
4등급은 토양 침식 깊이가 더 깊고, 탐방로 수목 뿌리 및 암석 노출 등 침식이 심화된 상태이며, 가장 훼손도가 심한 5등급은 원지형으로부터 토양침식 깊이가 50㎝ 이상 훼손된 곳이다. 주변 식생에 비해 종다양성, 식물 밀도 등 차이가 매우 심하고, 탐방로 주변으로 훼손 침식이 확산된 상태다.
도는 내년 예산안에 오름 훼손 실태조사를 위한 용역 예산 4억5000만원을 반영해 예산부서에서 제출했다.
조사 대상은 도내 368개 오름 중 한라산이나 휴양림 등 관리부서가 지정된 오름을 제외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사유지는 소유주의 동의를 얻어 진행한다. 도내 전체 오름 중 사유지는 60% 정도다.
조사 후 훼손도가 심한 4~5등급에 속한 오름은 자연휴식년제를 적용해 출입을 막는다. 기간은 5년이다.
제주도는 오름 탐방객이 늘면서 훼손이 가속화되자 지난 2008년 일정 기간 이용을 막는 자연휴식년제를 도입했다. 당시 도너리오름과 물찻오름이 최초로 자연휴식년제 대상 오름으로 지정됐다.
현재 자연휴식년제가 적용되고 있는 오름은 도너리오름·물찻오름·송악산·백약이오름 4곳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