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유엔 연단에 선 트럼프…유엔 비난과 자화자찬 속 北은 언급 안 해

입력 2025-09-24 07:2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마친 뒤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자신이 7개의 전쟁을 해결할 동안 유엔은 아무 성과도 없었다고 비난했다. 6년 만에 유엔총회 연단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약 1시간 동안 기후변화 정책 반대, 경제 성과와 이민 정책 옹호 등 말폭탄을 쏟아냈지만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열린 연설에서 “유엔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정말로 엄청난 잠재력이 있지만, 그 잠재력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유엔이 하는 일은 강하게 표현된 서한을 작성하는 것뿐이고, 그 후속 조치는 거의 없다”며 “말로는 전쟁을 끝낼 수 없다. 전쟁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어 “우리는 7개의 전쟁에서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고, 지금도 다른 전쟁들을 해결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며 “유엔이 해야 할 일을 내가 대신 해야 한다는 점이 안타깝다. 슬프게도 모든 경우에 유엔은 도움을 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나는 7개의 전쟁을 끝냈고 해당 국가들의 모든 지도자와 직접 협상했지만 유엔으로부터 그 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전화 한 통도 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북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2기 취임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고, 최근 김 위원장도 ‘비핵화 포기’를 전제한 대화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정작 이날 연설에서는 북한은 거론되지 않았다. 트럼프는 앞서 1기 행정부에서 이뤄진 4번의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3번 북한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는 유엔이 주도하는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 대책에 대해서도 “전 세계에 저질러진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82년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기후변화가 2000년까지 전 세계적 재앙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유엔 관리는 1989년에 10년 안에 전체 지구 국가들이 지구온난화로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국 정상을 향해 “이 ‘녹색 사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여러분의 나라는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유엔이 불법 이민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2024년에 유엔은 약 6만 2400명의 이민자가 미국으로 들어오는 여정을 돕기 위해 3억 7200만 달러의 현금 지원 예산을 책정했다”며 “유엔은 미국에 불법적으로 입국하려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그들을 다시 돌려보내는 건 우리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메시지는 매우 단순하다”며 “만약 당신이 불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온다면 감옥에 가거나 당신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거나, 어쩌면 더 먼 곳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에너지 비용과 휘발유 가격, 식료품 가격,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모두 하락했고 인플레이션은 종식됐다”며 “오직 하나만 상승했다. 바로 주식시장”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서방국들이 최근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는 데 대해 “하마스의 만행에 대한 너무 큰 보상이 될 것”이라며 “마치 갈등을 부추기기라도 하는 듯 이 기구(유엔)의 일부 나라들은 팔레스타인 국가를 일방적으로 인정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근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 서방국들이 최근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를 인정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