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약 1시간 동안 연설을 진행하면서 북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연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 유엔총회 연설이었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2기 행정부 출범 후 전 세계에서 7개의 전쟁을 종식시켰다고 주장하는 등 주로 치적을 부각하는 데 할애했다. 기후 변화는 전 세계에 저질러진 최대 사기극이라고 주장하거나, 불법 이민 문제 때문에 유럽이 지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강력한 관세로 제재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 문제나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앞서 1기 행정부에서 이뤄진 4번의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3번 북한 문제를 거론했었다.
트럼프는 지난 2017년 1기 집권 후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부르면서 “로켓맨은 자신과 그의 정권에 대해 ‘자살임무’(a suicide mission)를 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후 같은 해 9월 연설에선 “전쟁의 망령을 새로운 평화의 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며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2019년 연설에선 북한이 잠재력 실현을 위해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2020년에는 북한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당시 트럼프의 ‘북한 언급 패스’는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처한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는 2기 행정부 출범 후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김정은과 나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가졌고 여전히 그렇다” “김정은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다음 달 31일부터 이틀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할 예정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면 트럼프와 대좌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김 위원장이 APEC에 참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이 대화 전제 조건으로 ‘비핵화 포기’를 내걸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