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관현악 탄생 60주년… 대한민국국악관현악축제 10월 개막

입력 2025-09-24 04:30
지난해 열린 제2회 대한민국국악관현악축제에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가운데)와 협연했다. (c)세종문화회관

올해는 한국 최초 공공 국악관현악단인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창단 60주년이 되는 해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탄생은 국악기만을 사용한 최초의 관현악단이 첫발을 떼는 동시에 국악관현악이라는 새로운 양식의 시작을 알린 사건이다.

국악관현악은 1960년대 국악의 현대화 담론 속에 등장했다. 당시 국악계에는 서양음악 어법을 활용해 창작하고 연주하는 ‘신국악’이 거셌다. 1964년 국악예술학교(현 국립전통예술학교) 부설 국악관현악단 창단도 그 흐름 속에 있다. 하지만 창단공연의 전체 레퍼토리 12곡 가운데 관현악곡은 2곡에 불과해 불완전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재정 문제로 바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때 서울시 교육위원회의 재정적 후원을 받은 것이 1965년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현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전환으로 이어졌다.

1965년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의 창단공연. (c)세종문화회관

5.16 군사 정변으로 등장한 박정희 정부는 신국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이는 전두환 신군부 정권으로도 이어진다. 덕분에 1980~1990년대 대전시립연정국악단(1981년),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1984년), KBS국악관현악단(1985년), 국립국악관현악단(1995년) 등 국악관현악단이 잇따라 설립됐다. 현재 전국 국공립 국악관현악단은 30여 개에 이른다.

하지만 제도화를 통한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국악관현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낮았다. 지속적인 국악기 개량과 부분적인 서양 악기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음량의 불일치와 음향의 불균형 문제가 여전히 지적된다. 여기에 국악은 물론 양악 작곡가에게도 끊임없이 곡을 위촉해 신작을 내고 있지만, 국악계 안에서만 머무르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국악관현악은 오랫동안 국악계의 중심이면서도 계륵 같은 존재로 인식됐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을 전속단체로 둔 세종문화회관은 국악관현악단 탄생 60주년을 2년 앞둔 지난 2023년 국악관현악의 부흥을 기치로 내건 ‘대한민국국악관현악축제’를 출범시켰다. M씨어터(609석)에서 열리는 축제는 제1회에 8개 국악관현악단이 참여했다. 무료로 진행되긴 했지만 8회 공연이 티켓 오픈 20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그리고 10개 국악관현악단이 참여한 지난해 제2회 축제는 유료 전환에도 전석 매진에 가까운 성과를 올렸다. 지난 2년간 대한민국국악관현악축제는 국악 기반 창작음악, 현대음악, 크로스오버, 세계 음악과의 협업을 통해 국악관현악의 확장성과 지속가능성을 제시했다.

지난 1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국악관현악축제 제작발표회에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박범훈 축제추진위원장(왼쪽에서 다섯 번째)을 비롯해 참가 단체의 음악감독과 협연자 등 관계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c)세종문화회관

오는 10월 15~25일 열리는 3회 축제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15일), KBS국악관현악단(16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17일), 전주시립국악단(18일), 강원특별자치도립국악관현악단(19일), 청주시립국악단(21일),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22일), 대구시립국악단(23일),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24일), 서울시국악관현악단(25일) 등 10개 단체가 참여한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요즘 인기인 ‘K팝 데몬 헌터스’를 비롯해 K컬처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보면서 우리야말로 전통에 너무 인색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클래식 음악과 비교할 때 국악관현악의 역사는 아직 60년에 불과한 만큼 새로운 레퍼토리를 만들고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좀 더 필요하다. 그리고 지난 2년간 축제를 통해 국악관현악이 K-컬처 확장의 새로운 주역이 될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