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건 꿈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좋아요. 저 역시 주저앉지 말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려고요.”
배우 엄정화(56)는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금쪽같은 내 스타’ 최종회 방송일인 23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금쪽같은 내 스타’는 왕년의 톱스타였던 중년 여성 봉청자(엄정화)가 25년의 기억을 잃은 채 배우로서 재도전하는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다. 20년 차 가정주부가 의사의 꿈을 되살려 레지던트에 도전하는 전작 ‘닥터 차정숙’(JTBC·2023)과 겹쳐 보인다.
청자는 수차례 위기와 굴욕을 겪으면서도 오디션에 도전한 끝에 다시 배우가 된다. 청자를 연기한 엄정화는 “한때 최고의 스타였는데 일일드라마 단역부터 시작하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며 “처음부터 다시 도전하는 마음으로 나아가는 배우의 모습이 공감됐다”고 말했다.
실제 엄정화도 청자처럼 위기의 순간을 겪었다. 갑상선암으로 2010년 수술을 받은 이후 성대가 마비돼 8개월간 말을 하지 못했다. 그는 “목소리를 다쳤을 때 가장 힘들었다”며 “꿈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다독이며 버텼다”고 돌이켰다.
무대에 다시 설 수 있었던 계기는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환불원정대’였다. 그는 “이효리가 손을 잡아 이끌어 줬던 순간이 아직도 (마음에) 크게 남아 있다”고 고백했다. 이 경험을 통해 음악적 자신감을 회복한 건 물론,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엄정화는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우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과거엔 작품을 하고 나면 ‘이 다음은 뭘까’ 항상 불안했는데 이제는 기다리는 시간을 받아들이게 됐다”며 “강아지와 산책하고,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고, 서핑을 즐기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늘 불안해했던 과거의 자신에게는 “행복을 온전히 느껴. 지금도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엄정화는 청자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했다. 그는 “저 역시 좋은 배우로 오래가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다. 그래서 청자를 응원하면서 연기에 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 중 캐릭터에게 “청자야, 다시 모든 것을 회복하게 된 걸 축하해. 앞으로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하길 바라. 그리고 꼭 깐느(칸영화제)에 가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상대 배우 송승헌은 그에게 안정감을 줬다. 두 사람은 영화 ‘미스 와이프’ 이후 10년 만에 호흡을 맞췄다. 엄정화는 “촬영 내내 서로의 리듬을 존중했다. 보이지 않는 장면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줘 감동했다. 작지만 큰 배려였다”고 회상했다. 최근 송승헌이 모친상을 치른 데 대해서는 “조문을 다녀왔는데 어머님이 생전에 이 드라마를 좋아하셨다고 들었다. 그 말이 참 슬펐다”고 애도했다.
엄정화는 배우로서의 다음 목표를 묻는 말에 “지금까지는 제가 주인공인 작품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여러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에서 한 인물로서 존재감 보여주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더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보고 싶고, 작은 역할이라도 욕심이 나는 배역이라면 언제든 도전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