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현역 의원 첫 워싱턴포스트 기고…“조지아주 사태, 한·미동맹 시험대에 올려”

입력 2025-09-23 21:59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3일 미국 유력 언론인 워싱턴포스트(WP)에 ‘한·미동맹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How to repair the U.S.-South Korea alliance)’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현직 한국 국회의원이 WP에 칼럼을 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상황에서 한·미동맹 현안에 대한 야당 대표 칼럼이 공개돼 주목을 끌고 있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기고문에서 미국 조지아주 현대-LG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이민 당국의 대규모 단속에 대해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 한·미동맹의 신뢰를 시험대에 올린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동맹의 자존심을 건드렸을 뿐 아니라, 한국의 대미투자와 미국의 투자 환경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대표는 “한국 사회에서 2000년대 이후 반미와 반중의 변곡점은 대체로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에서 비롯됐다”며 2002년 주한미군 장갑차 사건,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2016년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사태 및 홍콩 민주화 운동 탄압 등을 거론했다.

이 대표는 “개인이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에 각인된 대외 인식은 이후 정치 성향과 세대 정체성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한국의 역동적인 젊은 세대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 하는 것이 향후 20~30년 한·미관계의 기초를 이루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조지아주는 동맹의 성과가 집약된 상징적 현장이었다”며 “그런 현장에서 발생한 이번 단속은 투자의 신뢰를 흔드는 명백한 악수(惡手)"라고 비판했다. 이어 “워싱턴포스트가 지적했듯, 미국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 하면서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단속으로 그 신뢰를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며 “이번에 구금된 475명 중에는 한국인뿐 아니라 중남미 등 다양한 지역의 인력도 포함되어 있었고, 본국의 가족과 기업은 왜, 어떻게 그들이 구금되었는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중국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전략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은 이번 사태를 집중 보도하면서 ‘미국 투자 불안정론’을 확산시키고 있다”며 “동맹을 이간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긴 움직임이다. 만약 이번 사태를 잘못 관리한다면 과거의 반미 정서가 되살아나고, 동맹의 신뢰가 훼손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 가운데 베트남전,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등 가장 적극적으로 파병하면서 안보적 이해를 뒷받침해 왔던 ‘능동적 동맹’임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도 해군력 강화를 비롯한 미국의 안보 구상에 기꺼이 동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해법은 분명하다. 호주와 싱가포르에서 이미 시행 중인 제도를 본떠, 미국 내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해외 기술 인력이 합법적으로 입국할 수 있는 전용 비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이런 제도를 양국이 함께 추진한다면 조지아 사태는 불안 요인이 아니라 협력 강화를 위한 역사적 계기로 전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한·미 양국은 한국전쟁에서 자유를 지켜낸 때로부터 오늘날 인도·태평양 전략에 이르기까지 숱한 도전을 함께 극복해왔다”며 “이번 조지아 사태를 계기로 양국이 제도를 정비하고 신뢰를 공고히 한다면 한미동맹은 안보를 넘어 글로벌 번영의 파트너십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