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번이 실패한 ‘수능 힘 빼기’… 이재명정부는 가능할까

입력 2025-09-24 05:00 수정 2025-09-24 05:00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최교진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안팎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전환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운을 띄우고, 국가교육위원회와 시·도교육감 등이 힘을 싣는 모양새다. ‘수능 힘 빼기’는 역대 정부들이 추진했지만 번번이 좌초했던 난제다. 상위권 변별력 확보와 입시 불안에 따른 사교육비 상승 등이 걸림돌이었는데 ‘묘수’를 찾을지 주목된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 부총리의 수능 절대평가 전환 발언 이후 입시 현장이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 1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수능과 고교 내신 절대평가 전환을 다음 대입 개편 때까지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가 언급한 ‘다음 대입 개편’은 지난 정부부터 준비해온 2032학년도(현 초6부터 적용) 대입 개편안을 말한다.


교육계에서는 단순 돌발 발언이 아니라 대규모 입시 개편을 위한 ‘빌드업’으로 해석한다. 최 부총리는 교육감 시절부터 학교 교육이 정상화되려면 수능의 대입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지난 7월 새정부 국정기획위원회에 수능 절대평가 전환 등을 건의했는데, 최 부총리는 당시 세종교육감 자격으로 찬성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입 경쟁 완화를 주문했고,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도 취임사에서 “입시경쟁 지옥을 개혁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입 경쟁 완화가 정부 과제로 떠오른 만큼 입시 경쟁을 상징하는 수능 상대평가를 놔두기 어렵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문제는 상위권 변별력 확보다. 의대를 정점으로 대학 서열은 공고하다. 섣불리 수능의 힘을 빼면 대입 혼란은 불가피해지고, 혼란이 클수록 사교육비는 폭증한다. 게다가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고교 내신 성적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축소됐다. 이런 와중에 수능까지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상위권 대학들은 논술 등 대학별고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과거 정부들도 수능의 힘을 빼지 못한 이유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상곤 전 부총리는 문재인정부 대선 공약으로 수능 절대평가를 내세웠다가 취임 이후 철회했다. 오히려 대입 개편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주요 대학들의 수능 비중을 높이는 ‘역주행’을 벌였다. 윤석열정부 시절 이주호 전 부총리도 수능 절대평가 혹은 자격고사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수능이 더 공정하다’는 여론을 넘지 못했다.

향후 변수는 교육계 움직임이다. 보수와 진보 교육계는 수능의 힘을 빼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교원 단체들도 마찬가지다. 보수 쪽에선 강은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대구시교육감)이 앞장서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수능이 공정하다는 여론을 넘어야 하지만 관건은 부작용 최소화”라면서 “막연히 대학들이 잘 뽑으면 된다는 식으로 떠넘기지 말고 상위권 변별력 확보 등 구체적인 해법을 갖고 학생·학부모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