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때 ‘서강대교 회군’ 지시한 군인, 헌법 가치 수호 포상

입력 2025-09-23 19:29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4일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특별검사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때 위법·부당한 명령을 수행하지 않은 군인들이 ‘헌법적 가치 수호 유공자’ 포상을 받는다.

국방부는 군인의 본분을 지킨 박정훈 해병 대령, 조성현 육군 대령, 김문상 육군 대령, 김형기 육군 중령(이상 보국훈장 삼일장) 등 총 11명에게 ‘헌법적 가치 수호 유공자’로 정부 포상을 수여한다고 23일 밝혔다.

박 대령은 채 상병 순직 사건 때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사건 조사결과의 민간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불법·부당한 상관의 명령을 거부해 양심의 자유 등 헌법적 가치 수호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조 대령과 김 중령은 12·3 비상계엄 발령 초기부터 불법·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고 국민과의 충돌을 피해 국가적 혼란 방지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조 대령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해 국회의원을 끌어 내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수방사 후속부대에 “서강대교를 넘지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령도 비상계엄 때 3차례에 걸쳐 긴급비행 승인을 보류, 거부해 특전사 병력의 국회 진입을 42분 동안 지연시킴으로써 국회에서 계엄 해제안을 의결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밖에 육군 상사 1명(이하 익명)이 보국포장, 육군 소령 2명과 육군 중사 1명은 대통령 표창, 육군 소령 1명과 육군 대위 1명, 육군 상사 1명은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다.

이들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서 국민과의 충돌을 회피하거나 소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했고, 출동부대에 탄약지급을 지연시켜 탄약 없이 출동하게 하는 등의 공적이 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국방부는 “정치적 중립 준수를 통해 헌법적 가치와 민주주의 수호에 기여한 유공자를 제77주년 국군의 날 정기포상과 연계해 선정했다”며 “포상자는 헌법적 가치 수호를 위한 최초의 포상이라는 역사성과 상징성을 고려해 타의 귀감이 될 수 있는 유공자를 엄선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정부 포상 대상인 11명 외에 공적이 확인된 4명(육군소령 2명, 육군원사 2명)에 대해서는 군 차원의 포상으로 국방부 장관 표창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 및 군 포상 대상 총 15명 중 박정훈 대령을 제외한 14명은 비상계엄과 관련된 인물이다. 앞서 국방부는 12·3 비상계엄 때 위법하거나 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기여한 장병을 찾아내 포상하겠다고 지난 7월 18일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포상 대상자 선정 절차와 관련해 “국방부 공적심사위원회에 법률 및 학계 전문가 등 민간위원을 포함한 위원회를 구성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쳤으며, 상훈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추천됐다”고 밝혔다.

포상 훈격은 “의사결정 및 행동이 헌법적 가치와 민주주의 수호에 기여한 정도와 국민의 생명·안전에 미친 영향 정도를 정량·정성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