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도시 의정부’ 태조·태종 의정부행차 620년 만에 재현

입력 2025-09-23 18:27

620년 만에 의정부에서 태조와 태종의 ‘왕의 행차’가 재현된다.

의정부시는 오는 27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제40회 회룡문화제’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태조‧태종 의정부행차’를 선보이며, 군사도시라는 기존 이미지를 넘어 문화도시로 도약하는 전환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한때 ‘부대찌개 도시’로 불리던 의정부가 역사성과 정체성을 재조명하며, 시민 참여형 역사 축제를 통해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왕의 도시로서의 의정부

의정부는 조선 초 국정을 논의하던 중심지이자, 태조와 무학대사의 회룡사 일화, 전좌마을 등 풍부한 역사 이야기를 품은 도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태조 13회, 태종 17회, 세종 13회, 단종 1회, 세조 10회 등 모두 54차례 임금이 의정부를 찾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전주와 수원과 더불어 ‘왕의 도시’라 불릴 만한 역사적 깊이를 지니고 있었음에도, 군사도시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각인돼 왔다.

이번 행사를 통해 의정부시는 왕의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며, 역사적 위상을 되살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철저한 고증으로 재현하는 ‘왕의 행차’

이번 왕실 행렬은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 학술적 고증을 바탕으로 한 전국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의정부시는 ‘태종실록’ 기록을 토대로 태조와 태종의 만남을 재현했으며, 복식과 행렬 구성, 장소성에 대한 전문가 검증을 거쳤다.

세종 때 관제와 복식이 확정되기 전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 고려 말~조선 초 의복을 적용한 것도 차별화된 점이다.

단순히 보여주기식 재현이 아닌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새로운 콘텐츠로 준비된 것이다.

▲태조와 태종, 갈등을 넘어 화해로

이번 행사는 무엇보다 역사적 갈등을 넘어 화해와 통합을 재현하는 데 의미가 있다.

‘함흥차사’로 대표되는 부자 간 반목을 넘어, 의정부에서 화해를 이루는 장면이 극적으로 펼쳐진다.

태종을 임금으로 공인하는 어보 전달 장면과 태조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헌수례 재현은 화합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대목이다.

두 임금이 각각 다른 출발지에서 행차를 시작해 화해 의식을 치른 뒤 함께 한양으로 향하는 장면은 역사적 사실을 생생히 전달할 예정이다.

▲시민이 주도하는 전국 최초의 대규모 행렬

이번 왕실 행차의 가장 큰 특징은 ‘시민 주도형’이라는 점이다. 태조와 태종 역에는 배우 김승수와 정의갑이 나서지만, 원경왕후와 양녕대군 등 주요 인물 22명은 시민 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

총 560명의 행렬 참여자 가운데 350명이 시민으로 채워지며, 여기에 전문배우 150명과 취타대 60명이 합류한다.

또 다른 400명의 시민이 동별 깃발을 들고 행렬에 동참해 모두 1000명 규모의 대행렬을 꾸리게 된다.

전국 최초로 추진되는 이 같은 시민 주도형 왕실 재현은 ‘시민이 직접 만드는 축제’라는 의미를 더한다.

‘제40회 회룡문화제’는 전좌마을을 중심으로 이틀간 진행되며, 28일 왕실 행차는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시작해 의정부역 동부교차로와 호원2동 주민센터를 거쳐 전좌마을 특설무대까지 4.5㎞ 구간에서 이어진다. 대규모 시민과 전문배우가 함께하는 행렬로, 도시 전체가 역사적 무대로 바뀌는 장관을 연출할 예정이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620년 만에 재현되는 태조‧태종 의정부행차는 우리 도시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되살리는 역사적 장면”이라며 “이번 회룡문화제가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드는 문화 축제가 되고, 군사도시의 이미지를 넘어 문화도시로 도약하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의정부=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