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을 구하는 작은 선의 ‘복지위기알림앱’…“누구든 쉽게 도움 청하세요”

입력 2025-09-23 17:01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2025 국회 입법박람회'에서 최예슬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주임이 홍보 부스를 찾은 관람객에게 복지위기알림앱을 소개하고 있다. 이정헌 기자

23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중앙잔디광장. ‘2025 국회 입법박람회’가 열린 이날 한국사회보장정보원(정보원)이 마련한 홍보부스에는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김지수(38)씨는 핸드폰에 ‘복지위기알림앱(위기알림앱)’을 설치하고 회원 가입, 로그인을 하는 데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김씨는 “상황이 여의치않은 이웃 주민이 있어도 정확한 사정을 모르다보니 괜히 손 내밀기가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며 “도움이 필요해보이는 이웃이 보이면 위기알림앱을 통해 지자체와 연결해주려 한다”고 말했다.

일반 국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위기알림앱은 이웃이 처한 위기 상황을 정부·지방자치단체에 전달할 수 있는 앱이다. 신고자는 이웃집 앞에 쌓인 신문지, 우편함의 체납고지서 등 위기를 암시하는 정황만으로도 지자체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앱에 담긴 고립·고독, 폭력, 건강 등 10개 위기 상황과 가구 유형 등을 선택한 뒤 성별과 연령대, 위치 등만 적으면 된다.

이용자는 익명으로 접수할 수 있고, 이웃의 이름과 자세한 주소를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연계되는 위기 이웃은 지자체 상담을 거쳐 생계비와 의료비 등 긴급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건강관리와 돌봄 등 복지서비스도 연계 받을 수 있다. 이웃뿐만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위기알림앱에 작성해 도움을 구할 수도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온 이혜영(45)씨는 “이웃집에 사는 치매 어르신을 찾는다는 긴급안내문자를 자주 접하는데, 오고 가면서 어르신을 챙길 때 위기알림앱을 사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 김혜현(왼쪽부터) 김채원, 최예슬 주임과 박상영 대리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2025년 국회 입법박람회'에서 복지위기알림앱과 의료정보보호센터를 홍보하고 있다. 이정헌 기자

정보원에 따르면 위기알림앱에 접수된 복지위기 사례는 최근 1만4000여건을 넘었다. 지난해 6월 앱 운영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이다. 이 중 1만3567건(96.5%)에 대해선 대상자 상담 등이 이루어졌다.

위기알림앱을 활용한 이웃 지원 사례도 알려졌다. 한 편의점 점주는 매일 술을 사는 이웃 주민의 알코올 중독이 우려돼 위기알림앱을 통해 지자체에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주민은 화재가 발생했던 집을 고치지 못하고 홀로 사는 이웃을 위해 위기알림앱을 통해 지자체에 도움을 구했다. 최근에는 자살 충동을 느낀 한 당사자가 새벽 1시30분쯤 위기알림앱에 도움을 요청했고, 보건복지상담센터(129)가 즉시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한정환 정보원 복지안전사업부 부장은 “더 많은 국민이 위기알림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홍보할 계획”이라며 “신고의무자들이 앱을 사용할 수 있는 채널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