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로비 의혹’ 한학자 총재 구속…“통일교 근본 흔들”

입력 2025-09-23 15:07 수정 2025-09-23 15:10
윤석열정권과 통일교가 연관된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가 23일 구속됐다. 윤석열 정권과 통일교의 ‘정교 유착’ 의혹이 정점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이단·사이비 전문가들은 이번 구속이 신도들의 신앙과 교단 권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한다. 통일교는 한국교회 주요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된 단체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은 지난 18일 한 총재를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업무상 횡령 등 4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함께 영장이 청구된 정원주 전 통일교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한 총재는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6000만원대 그라프 목걸이와 2000만원 상당 샤넬 가방 2개 등을 전달하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해당 선물이 교단 자금으로 마련된 것으로 보고 횡령 혐의도 적용했다. 통일교 측은 이에 “한 총재는 어떤 불법적 정치적 청탁 및 금전 거래를 지시한 적 없다”며 “한 총재가 모든 사무를 지시하거나 관리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단·사이비 전문가들은 이번 구속이 단순한 법적 사건을 넘어 교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사건이라고 진단한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통일교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불법 행위 결과가 아니라 ‘부당한 탄압’이라는 교리적 해석 속에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문선명 총재가 과거 미국에서 수감됐을 때도 영웅처럼 들어가고 나온 사례를 신도들이 기억하고 있어, 한 총재의 언행 역시 주로 신도들을 향한 메시지성이 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 총재는 신도들에게 ‘내 걱정하지 마세요’ ‘하늘 부모님의 뜻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도하고 정성 들이시기 바랍니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탁 교수는 “한 총재가 구속되면서 통일교는 단기적으로 후계자로 지명된 손주들을 중심으로 위기 관리를 시도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당한 약화 국면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며 “후계자가 내세워지더라도 문현진·문형진 등에 대항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탁 교수는 “통일교는 종교적 구조상 한 총재 없이는 무의미하다. 아무리 측근들이 재정과 조직을 관리한다 해도 종교적 구심점은 대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한 총재가 불구속 상태로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경우와 구속돼 약화 단계로 접어드는 경우, 한국교회는 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를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