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하다 바로 챗GPT 쓴다”… AI 결합한 카카오톡의 대변신

입력 2025-09-23 13:48 수정 2025-09-23 15:03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23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 '이프 카카오 25'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지금의 카카오 그룹을 만든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출시 15년을 맞아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다음 달부터 프로필 화면은 인스타그램처럼, 채팅창은 챗GPT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순차적으로 변화한다. 여기에 자체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AI) ‘카나나’를 대폭 업그레이드해 적용하며 본격적으로 카카오톡과 AI에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23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카카오 AI캠퍼스에서 개발자 컨퍼런스 ‘이프 카카오 25’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홍민택 개인정보보호최고책임자(CPO)가 참석해 직접 개편 내용을 설명했다.

개편 내용의 핵심은 카카오톡을 소셜미디어(SNS)·AI와 결합하는 것이다. 카카오톡을 실행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친구탭’에는 피드형 UI가 적용된다. 친구들의 프로필 변경 내역과 발행 콘텐츠를 타임라인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프로필에는 사진뿐만 아니라 다양한 게시글을 올릴 수 있다.

카카오 제공.

또 카카오톡에 ‘지금탭’을 설치해 숏폼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오픈채팅 커뮤니티’에는 실시간으로 화제가 되는 주제 관련 대화를 피드로 구성한다. 지금까지는 카카오톡의 핵심 기능이 메신저였지만 점차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대중 소통 역할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부터 전략적 협업 관계를 맺은 오픈AI의 생성형 AI 챗GPT를 직접 탑재하는 것도 공식화됐다. 기존에는 카카오톡에서 채팅을 하다가 앱을 닫고, 챗GPT 앱을 연 다음 검색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대화 중 상단에 위치한 챗GPT 버튼을 눌러 텍스트 처리, 이미지 생성 등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챗GPT를 통한 카카오맵, 선물하기, 멜론 등 서비스와 연계되는 ‘카카오 에이전트’도 함께 제공된다. 이날 기조연설에 참석한 올리버 제이 오픈AI 글로벌 비즈니스 총괄은 “한국인들이 매일 사용하며, 메신저 앱 이상의 의미를 갖는 카카오톡에 챗GPT를 탑재함으로써 세계적 수준의 AI를 모두의 삶에 선물할 수 있어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지난해 야심차게 출시한 자체 AI 플랫폼 ‘카나나’를 온다바이스에 장착하는 업데이트도 예고됐다. 카나나는 대화 요약, 장소 추천, 계획서 작성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했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카오는 카나나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어 이해도를 높이고 자동실행 기능을 도입했다. 새로 업데이트된 카나나는 오가는 대화의 맥락을 이해해 사용자에게 자동으로 다음 동작을 추천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부모님 생일 식사 일정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 카나나가 이를 감지해 ‘선물하기’ 기능에서 어떤 선물을 고를지 선제적으로 추천하는 식이다. 그 외 카카오는 카나나를 통해 보이스톡에 통화 녹음 및 요약 기능도 추가한다. SK텔레콤의 에이닷, LG유플러스의 익시오같은 음성 AI 비서가 카카오톡에도 생기는 것이다.

카카오는 해킹 등 보안 사고로부터 이용자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보이스톡은 요약본만 생성한 뒤 내용을 바로 삭제하고, 안 읽은 대화도 지체 없이 삭제한다”며 “카카오톡 데이터는 챗GPT에 학습되지 않고 서버에 저장되지 않는다. 이런 방침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번 개편은 이용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시대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려는 카카오의 전략을 담은 것”이라며 “오늘을 시작으로 카카오톡의 대화창은 더 많은 것이 실현되는 가능성의 창이 될 것”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