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사건 당시 국방부 최고 책임자였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첫 소환했다. 특검이 이 전 장관을 피의자로 소환한 건 지난 7월 2일 수사를 개시한 지 83일 만에 처음이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오전 9시53분쯤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 들어가며 “성실히 조사받도록 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격노가 없었어도 초동 조사 결재를 번복했을지’ ‘부하들에게 부당한 명령을 내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등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채상병 사망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 수사외압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을 향하는 핵심 고리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통화 직후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수사 결재를 번복한 사실이 드러나 ‘VIP 격노설’과 수사외압 의혹 규명을 위한 ‘키맨’으로 지목돼왔다.
이 전 장관은 지난 7월 특검팀에 의견서를 보내 ‘VIP 격노’ 회의 직후 윤 전 대통령에게 이 사건 관련 전화를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지난 17일 ‘호주 도피’ 의혹의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으며 윤 전 대통령이 먼저 대사나 특사를 제안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다. 앞서 그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선상에 올라 출국금지된 가운데 지난해 3월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도피성 출국을 감행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 전 장관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된 특검팀 수사는 본격적으로 윤 전 대통령을 향할 전망이다.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도 6번째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이날 오전 특검에 출석했다.
김 전 사령관은 이 사건 당시 해병대의 수장으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수사 결과 보고와 기록 이첩 보류 회수 등 일련의 과정에 관여한 당사자로 직권남용 및 모해위증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사령관은 지난 7월 특검 조사에서 ‘VIP 격노설’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진술했다가, 구속영장이 청구된 뒤 격노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번복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