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해병 특검, ‘수사 외압’ 이종섭 첫 피의자 소환

입력 2025-09-23 10:35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17일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이명현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열린 '호주 도피성 출국' 의혹 관련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상병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사건 당시 국방부 최고 책임자였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첫 소환했다. 특검이 이 전 장관을 피의자로 소환한 건 지난 7월 2일 수사를 개시한 지 83일 만에 처음이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오전 9시53분쯤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 들어가며 “성실히 조사받도록 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격노가 없었어도 초동 조사 결재를 번복했을지’ ‘부하들에게 부당한 명령을 내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등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채상병 사망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 수사외압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을 향하는 핵심 고리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통화 직후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수사 결재를 번복한 사실이 드러나 ‘VIP 격노설’과 수사외압 의혹 규명을 위한 ‘키맨’으로 지목돼왔다.

이 전 장관은 지난 7월 특검팀에 의견서를 보내 ‘VIP 격노’ 회의 직후 윤 전 대통령에게 이 사건 관련 전화를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지난 17일 ‘호주 도피’ 의혹의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으며 윤 전 대통령이 먼저 대사나 특사를 제안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다. 앞서 그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선상에 올라 출국금지된 가운데 지난해 3월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도피성 출국을 감행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 전 장관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된 특검팀 수사는 본격적으로 윤 전 대통령을 향할 전망이다.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도 6번째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이날 오전 특검에 출석했다.

김 전 사령관은 이 사건 당시 해병대의 수장으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수사 결과 보고와 기록 이첩 보류 회수 등 일련의 과정에 관여한 당사자로 직권남용 및 모해위증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사령관은 지난 7월 특검 조사에서 ‘VIP 격노설’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진술했다가, 구속영장이 청구된 뒤 격노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번복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