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한 여고 학생들이 ‘배달음식 전면 허용’을 요구하며 벌인 시위가 19일 만에 승리로 마무리됐다. 대만 언론들은 소셜미디어에서 큰 화제가 된 학생들의 시위를 ‘점심 봉기’로 부르며 비중 있게 보도했다.
대만 중국시보 등에 따르면 타이베이 중산여고는 지난 19일 급식관리위원회를 열어 오는 30일부터 외부 배달음식을 전면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배달기사가 배달음식을 두고 갈 수 있는 외부음식보관함과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사전 준비를 할 예정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통 혼잡을 막기 위해 자원봉사에 나서기로 했다.
중산여고 학생들이 ‘점심 봉기’에 나선 것은 지난 1일부터다. 배달음식 전면 허용을 요구하며 교장실 앞에 모여 도시락을 먹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 ‘봉기’의 전부다. 하지만 권리를 찾기 위한 학생들의 진심이 전달되면서 네티즌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시위를 촉발한 것은 교내 식당의 열악한 환경이었다. 많은 학생이 따뜻한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섰지만, 사람은 많고 판매시간은 30분에 불과해 식사를 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았다. 최근 메뉴 가격이 품목당 최고 10대만달러(약 460원) 오른 데다 메뉴의 종류 자체가 부족한 것도 불만이었다.
외부 배달음식 주문은 한 달에 한 번만 허용됐다. 학교는 우수한 교실 청결도와 학업성취도를 보인 학생에게만 추가 주문 기회를 줬다. 학생들은 배달음식 주문을 막는 것은 점심 선택권을 제한하는 ‘독점’ 행위라고 비판했다. 일부 학부모도 학업 스트레스가 심한 고등학생들이 식사를 걸러서는 안된다며 동조하고 나섰다.
학생들의 시위가 3일째 되던 날 교장이 학생들을 만나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15일 결과를 발표했는데 학생의 90.2%, 교사의 68.4%, 학부모의 71.1%가 전면 허용을 지지했다. 19일 소집한 급식관리위원회에서 전면 허용안이 16대 2로 통과됐다.
학교 측은 식품 위생을 위해 보건국에서 인증한 우수 식당 목록을 공지하고 학부모들에게는 자녀들이 안전한 식품을 선택하도록 지도해 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배달음식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처리 문제는 12월 2차 급식관리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배달음식 전면 허용이 결정되자 학생들은 소셜미디어 계정에 “급식봉기 대성공” “동지들 수고 많았다” “혁명 성공을 축하한다” 등의 글을 올리며 환호했다. 한 동문은 “선배들도 못다한 일을 해냈다”며 칭찬하는 글을 남겼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