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지미 키멀 라이브’ 토크쇼, 일주일 만에 방송 재개

입력 2025-09-23 07:06 수정 2025-09-23 09:4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심야 코미디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 진행자 지미 키멀. 연합뉴스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ABC 방송의 ‘지미 키멀 라이브’가 방송 중단 일주일 만인 23일(현지시간) 다시 방송된다. 심야 코미디 토크쇼 진행자인 키멀은 보수주의 활동가 찰리 커크의 죽음과 관련해 트럼프 강성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을 비판했고, 직후 그의 방송이 무기한 중단됐는데 논란 끝에 방송이 재개되는 것이다.

미 ABC방송을 소유한 월트디즈니 컴퍼니는 22일 “지난 수요일(17일) 우리는 국가적으로 감정적인 순간에 긴장된 상황을 더욱 악화하지 않기 위해 프로그램 제작을 중단했다. 일부 발언이 시의적절하지 못하고 무신경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며 “지난 며칠간 지미와 심도 있는 대화를 한 뒤 방송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한 시민이 22일(현지시간) 찰리 커크의 죽음과 관련한 지미 키멀의 사과를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키멀은 최근 마가의 핵심 인사인 찰리 커크 암살 사건을 두고 보수 진영을 비판했다. 그는 지난 15일 방송 오프닝에서 “주말 동안 ‘마가’는 찰리 커크를 살해한 범인인 본인들과는 무관한 인물로 치부했다. 마가는 이번 피습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저급한 행태를 시도했다”라고 지적했다.

마가 진영이 격렬하게 반발했고 이후 브렌던 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이 프로그램 중단을 압박했다. 결국 ABC방송은 프로그램을 무기한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곧바로 “미국에 희소식:시청률로 고전하던 ‘지미 키멀쇼’가 폐지됐다”며 “축하한다. 과거에 해야 했을 일을 해낼 용기가 드디어 생겼다”고 적었다.

이후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불거지면서 진보 진영에서 반발이 쏟아져 나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수년간 ‘캔슬 컬처(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발언을 한 인물에 대해 집단적으로 비난하는 행위)’를 비판했던 현 행정부가 미디어 기업을 상대로 일상적으로 위협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기자와 논평가를 해고하라고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명 배우 톰 행크스와 메릴 스트립, 제니퍼 애니스턴 등 400여 명의 연예인이 키멀 지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작가조합(WGA)도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지미 키멀 라이브 방영 중단을 비판한 바 있다.

공화당 소속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조차 “브렌던 카를 좋아하지만 우리는 이런 일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이(프로그램 중단 압박)를 규탄해야 한다”고 말했다. 랜드 폴, 토드 영 등 다른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카 위원장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결국 ABC의 모회사 디즈니는 방송 중단 일주일 만에 다시 결정을 뒤집었다.

민주당은 환영했다. 척 슈머 상원의원은 “도널드 트럼프와 브렌던 카의 (권력) 남용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위한 싸움”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지명한 유일한 FCC 위원 안나 고메즈도 “명백한 정부의 위협 앞에서 디즈니가 용기를 내 결정을 내린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커크가 설립한 ‘터닝포인트USA’는 지미 키멀 라이브 방송 재개를 비판했다. 앤드루 콜벳 대변인은 “예상된 결정이지만 잘못된 선택”이라며 “넥스타와 싱클레어 등 지역 방송국 소유 기업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ABC와 제휴 관계에 있는 지역 방송국들이 지미 키멀쇼를 틀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들 방송국은 키멀의 발언 이후 그의 토크쇼 방송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해당 토크쇼가 미 전역에 다시 방송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