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유착’ 정점 통일교 1인자 한학자 총재 구속

입력 2025-09-23 04:37 수정 2025-09-23 06:19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 끝난 뒤 휠체어를 탄 채 법원을 나오고 있다. 뉴시스

‘통일교 게이트’의 수사 정점인 한학자 총재가 23일 구속됐다. 윤석열 정권과 통일교 간 정교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의 칼끝이 윤 전 대통령 부부 턱밑에 이른 모양새다. 특검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한 총재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한 막바지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한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특검은 지난 18일 한 총재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업무상 횡령 등 4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 총재와 공모한 혐의를 받는 정원주 전 통일교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한 총재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공모해 2022년 1월 5일 권 의원에게 윤석열 정권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현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윤 전 본부장은 현금 5000만원과 관봉권 5000만원을 상자에 나눠 담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관봉권이 든 상자 포장에는 ‘王(왕)’ 자가 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본부장이 같은 해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그라프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등에 대해서도 한 총재를 공범으로 판단했다.

특검은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A4용지 420쪽 분량의 의견서와 220쪽에 이르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통해 윤 전 본부장의 금품 전달과 각종 청탁은 한 총재의 승인 아래 이뤄졌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윤 전 본부장 공소장에서 한 총재가 ‘참부모(한학자) 뜻이 실현되는 나라가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고, 이 같은 정교일치 이념이 범행 배경이 됐다고 밝혔다. 한 총재는 지난 17일 특검 조사에서도 자신을 ‘참어머님’ ‘독생녀’로 지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한 총재의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특검 주장을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한 총재가 특검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공범인 권 의원이 구속되자 갑작스레 특검과 일정 조율 없이 임의로 출석한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통일교 측은 한 총재가 심장 관련 시술을 받았고 각종 합병증 우려가 있다며 불구속 수사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된 뒤 23일 새벽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 있던 통일교 신도들이 통일교 측 입장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은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당시 통일교 집단 당원가입 의혹 등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김 여사의 요청과 한 총재의 승인 아래 통일교인들의 집단 당원가입이 이뤄진 것으로 의심한다. 한 총재가 2022년 2~3월 권 의원에게 금품이 든 쇼핑백을 전달했다는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한 총재는 권 의원에게 세뱃돈을 준 것일 뿐이라며 불법 정치자금 지원 의혹은 부인했다. 특검은 통일교 측에서 권 의원에게 전달된 뭉칫돈이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쪽으로 흘러 들어갔는지 여부도 살필 계획이다.

구자창 박재현 윤준식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