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게이트’의 수사 정점인 한학자 총재가 23일 구속됐다. 윤석열 정권과 통일교 간 정교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의 칼끝이 윤 전 대통령 부부 턱밑에 이른 모양새다. 특검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한 총재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한 막바지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한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특검은 지난 18일 한 총재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업무상 횡령 등 4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 총재와 공모한 혐의를 받는 정원주 전 통일교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한 총재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공모해 2022년 1월 5일 권 의원에게 윤석열 정권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현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윤 전 본부장은 현금 5000만원과 관봉권 5000만원을 상자에 나눠 담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관봉권이 든 상자 포장에는 ‘王(왕)’ 자가 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본부장이 같은 해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그라프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등에 대해서도 한 총재를 공범으로 판단했다.
특검은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A4용지 420쪽 분량의 의견서와 220쪽에 이르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통해 윤 전 본부장의 금품 전달과 각종 청탁은 한 총재의 승인 아래 이뤄졌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윤 전 본부장 공소장에서 한 총재가 ‘참부모(한학자) 뜻이 실현되는 나라가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고, 이 같은 정교일치 이념이 범행 배경이 됐다고 밝혔다. 한 총재는 지난 17일 특검 조사에서도 자신을 ‘참어머님’ ‘독생녀’로 지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한 총재의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특검 주장을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한 총재가 특검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공범인 권 의원이 구속되자 갑작스레 특검과 일정 조율 없이 임의로 출석한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통일교 측은 한 총재가 심장 관련 시술을 받았고 각종 합병증 우려가 있다며 불구속 수사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특검은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당시 통일교 집단 당원가입 의혹 등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김 여사의 요청과 한 총재의 승인 아래 통일교인들의 집단 당원가입이 이뤄진 것으로 의심한다. 한 총재가 2022년 2~3월 권 의원에게 금품이 든 쇼핑백을 전달했다는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한 총재는 권 의원에게 세뱃돈을 준 것일 뿐이라며 불법 정치자금 지원 의혹은 부인했다. 특검은 통일교 측에서 권 의원에게 전달된 뭉칫돈이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쪽으로 흘러 들어갔는지 여부도 살필 계획이다.
구자창 박재현 윤준식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