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오르면 가장 손해를 보는 집단은 자산이 적은 청년 계층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에 경제 활동을 통해 자산을 쌓아 둔 중·장년층은 금리 상승 여파로 오히려 자산이 불어나는 반면, 아직 별다른 자산을 축적하지 못한 채 임금에 의존해 생활하는 청년층의 후생은 감소한다는 것이다.
2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신승룡 KDI 부연구위원은 최근 KDI 경제정책저널(JEP)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채무가 자산 분포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은 2023년 처음 50%를 넘어선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50.4%)이 1.5배 올라 76.2%에 이르는 상황에서 국내 경제 주체들의 자산 분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상승은 경제 여건에 크게 두 가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시장에 풀린 자본이 줄어들면서 전반적으로 금리가 상승했다. 동시에 기업의 투자 여력과 노동 수요가 동반으로 감소하면서 임금 수준은 하락했다. 기존에 자산을 비축한 계층은 이득을 보고, 새로 노동 시장에 진입해 자산을 축적해야 하는 계층은 손해를 보게 되는 조건이다.
자연히 경제주체들 사이의 자산 격차는 벌어졌다. 논문은 국가채무 비율 상승 여파로 자산 상위 25%와 하위 25% 간 격차가 2.3% 확대된다고 분석했다. 자산을 많이 보유한 경제주체의 자산 증가 폭이 그렇지 않은 쪽보다 가팔랐기 때문이다. 다만 보유 자산이 없다시피한 ‘무자산 계층’이 감소하면서 흔히 불평등 지표로 활용되는 지니계수는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계층별로는 특히 이제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20대 초반 청년들의 손해가 막심했다. 전체 연령대를 기준으로 국가채무 비율 상승은 전체 가구의 88.9%에서 경제적 후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산을 미처 축적하지 못한 20대 청년과 자산을 대부분 소진한 90세 전후 초고령층은 그 덕을 거의 보지 못했다. 논문은 “국가채무 증가로 이익을 본 연령대는 이미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한 집단이었고, 생애 초기 무자산 집단의 후생은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채무 비율이 논문에서 가정한 70%대 중반을 넘어서는 것은 이미 불가피한 미래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2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 오는 2040년 국가채무가 2763조8000억원까지 늘어 GDP 대비 80.3%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청년들이 보다 빠르게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생애 초기부터 세제 혜택, 청년 적금 등의 지원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논문의 조언이다. 신 부연구위원은 “초기 자산 이전 지출을 적정 수준까지 늘리면 특정 연령대에 손실이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