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 해외 환아, 한국서 희망 밝혔다…의료나눔 감동

입력 2025-09-23 08:00
부천세종병원에서 의료나눔을 통해 3년간 7차례 고난도 수술·시술을 받으며 사투를 벌인 카자흐스탄 국적 무싸군이 상태가 안정돼 고국으로 돌아가기 전 이창하 진료부원장(왼쪽), 주치의 김정윤 과장(오른쪽), 바실리나 코디네이터(오른쪽에서 2번째)와 함께 기념 촬영하고 있다. 부천세종병원 제공

복잡한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해외 환아가 한국에서 수년간의 사투 끝에 마침내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었다. 헌신적인 의료진, 익명의 고액 후원자 등 묵묵히 의료나눔에 함께한 천사들의 노력이 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23일 부천세종병원에 따르면 폐동맥판 폐쇄와 심실중격결손(VSD), 주요 대동맥-폐동맥 측부 혈관(MAPCA)이라는 희귀하고 복잡한 선천성 심장병으로 진단된 카자흐스탄 국적 무싸(3)군에 대한 의료나눔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의료나눔 기간은 무려 3년에 달한다. 이 기간 부천세종병원 의료진이 시행한 수술·시술은 7차례다. 수많은 사람의 도움 속에서 상태가 안정된 무싸군은 최근 고국으로 무사히 돌아갔다.

“복잡 선천성 심장병 가진 신생아 무싸를 살려라”

무싸군은 지난 2021년 10월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났다. 출생 직후 매우 복잡한 선천성 심장병으로 진단받아 곧바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게 됐다. 그러나 현지 의료진은 무싸군이 폐혈관의 구조적 기형이 광범위하고 복잡해 수술적 교정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도 무싸군의 보호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 이스라엘, 한국의 여러 병원에 절박하게 도움을 요청했고 김정윤 부천세종병원 과장(소아청소년과)이 신속히 긍정적인 답을 보내오면서 무싸군의 희망은 한국에서 이어지게 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현실의 벽이 앞을 가로막았다. 보호자는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전 재산을 처분했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했다. 치료는커녕 무싸 군을 한국으로 이송하는데 필요한 에어앰뷸런스 비용만 수억원에 달했다.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김정윤 과장은 무싸군의 현재 상태와 치료의 시급성을 꼼꼼히 정리해 영문서류로 작성하고 카자흐스탄 정부와 자선재단에 제출했다. 이를 통해 마침내 에어앰뷸런스 비용과 초기 치료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무싸 군은 생후 6개월이던 2022년 4월 부천세종병원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주치의 김정윤 과장을 비롯한 이창하 진료부원장(심장혈관흉부외과), 정현 과장(소아청소년과) 등 소아심장전문 의료진 전체와 무싸군의 3년간의 사투가 시작됐다.

무싸군은 태어날 때부터 좌심실과 우심실 사이 중간 벽(중격)에 큰 구멍(결손)이 있고 정상적으로 폐동맥이 발달하지 못한 채 여러 주요 대동맥-폐동맥 측부 혈관들을 통해서만 폐로 혈액이 흐르는 매우 복잡한 선청성 심장병을 앓고 있었다. 특히 좌우 폐동맥이 서로 이어져 있지 않아 치료가 더 어려운 상태였다.

이로 인해 내원 당시 혈액순환과 폐혈류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해 심한 저산소증에 빠졌고, 상태는 위증했다.

무싸군은 먼저 심실중격결손을 막고 여러 대동맥-폐동맥 측부 혈관을 하나로 모아 인공 도관으로 이어주는 대수술을 받았다. 이후에도 무려 총 7차례의 고난도 개심술과 시술이 이어졌지만, 무싸 군은 놀라운 회복력으로 하나하나를 이겨내며 새로운 희망을 키워갔다.

고국인 카자흐스탄에 돌아가 일상생활을 하는 무싸군의 모습. 부천세종병원 제공

무싸의 무사 귀환을 위한 따뜻한 손길

무싸 군은 지난 3년간 여러 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 부천세종병원 의료진은 무싸 군의 상태가 악화될 때마다 주말과 공휴일도 반납한 채 주야로 병동을 지켰다. 상태가 호전될 때도 세심하고 따뜻한 손길은 계속됐다.

무싸군은 상태가 호전될 때면 퇴원이 가능했다. 이 때문에 무싸군의 보호자는 병원 근처에 쾌적한 숙소를 마련했고 보증금 수천만원을 김정윤 과장이 사비로 지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큰 감동을 줬다.

간호사들은 보호자가 퇴원한 무싸군을 잘 돌볼 수 있게 산소포화도 저하 확인법, 가래 흡입법, 기관절개 부위 관리법, 가래 점도 조절법, 응급처치법 등을 세심하게 교육했다.

국제진료센터 바실리나 코디네이터는 긴급 상황이 발생한 새벽에 무싸 군의 숙소를 직접 찾아 직접 구급차를 부르고 병원으로 이송시키는 등 통역 업무를 뛰어넘어 다양한 생활 지원 업무까지 적극적으로 도왔다.

장기간 쌓일 수밖에 없는 각종 비용도 수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극복했다. 지난 3년간 발생한 의료비용, 이송비용, 한국 체류비용 등은 수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카자흐스탄 자선재단, 익명의 고액 후원자, 세종병원 의료나눔 후원금(사랑yes) 등이 지원을 담당했다.

무싸군은 상태가 안정된 후 고국으로 돌아갈 때도 세종병원 국제진료센터,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관, 카자흐스탄 외교부·보건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의 협력과 도움으로 에어앰뷸런스를 통해 안전하게 이송됐다.

무싸군은 현재 고국에서 가정용 인공호흡기의 도움을 받으며 폐 회복을 위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무싸군의 보호자는 “지난 3년간 세월은 감동 그 자체”라며 “포기하지 않고 아이 곁을 지켜준 부천세종병원의 모든 의료진, 후원인, 그리고 힘든 싸움을 잘 이겨내 준 무싸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명묵 부천세종병원장은 “오래도록 의료나눔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의료진의 헌신과 보호자·환자의 강력한 의지, 그리고 따뜻한 손길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심장병 없는 세상을 위하여’라는 세종병원 설립이념을 지켜가고자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