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스캠에 코인 사기까지…태국 ‘자룡형님파’ 검거

입력 2025-09-22 18:03 수정 2025-09-22 21:14
태국 파타야에서 검거된 사기 조직.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 제공

태국 파타야를 거점으로 로맨스 스캠(연애빙자사기)과 코인 사기, 노쇼 사기 등 범죄를 일삼으며 200억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조직이 붙잡혔다. 이들은 ‘자룡형님파’로 불리며 사기 유형에 따라 팀을 세분화해 범행을 저질렀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 가입·활동,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 혐의로 보이스피싱 조직 ‘룽거컴퍼니’ 조직원 25명을 검거했으며 이 중 21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룽거컴퍼니라는 조직 이름은 중국 국적 총책의 가명 ‘자룡’에서 딴 것이다. 용의 중국어 발음 ‘룽’, 형님의 중국어 발음 ‘거’가 합쳐져 ‘용 형님의 회사’라는 뜻이라고 한다.

조직원은 36명 규모로 추정된다. 검거된 25명을 제외하고 남은 11명 중 총책 자룡 등 9명은 태국 경찰에 붙잡혀 국내 송환이 추진되고 있다. 나머지 2명에 대해서도 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령하고 국제공조를 요청했다.

조직원들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 7월까지 국내에 거주하는 878명을 상대로 210억원의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는다.

로맨스 스캠팀은 SNS로 확보한 인물 사진을 도용해 친밀감을 형성한 뒤 ‘특정 사이트에 돈 입금 미션을 하면 함께 여행할 항공권을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사기를 쳤다.

코인 사기팀은 로또 추천사이트 고객 정보를 확보해 사이트 가입비용을 환불해준다거나 개인정보 유출 피해보상 명목으로 코인 매수 기회를 준다며 접근해 돈을 받아 챙겼다.

노쇼 사기팀은 군부대 등으로 속여 대량 주문을 예약한 뒤 ‘특정 상품을 준비해달라’고 대리구매를 유도해 돈을 가로챘다. 기관사칭 사기팀은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으로 속여 ‘본인 명의 계좌가 범죄에 사용됐다’며 돈을 요구하는 수법을 썼다.

경찰에 따르면 총책 자룡은 캄보디아에서 사기조직의 본부장급으로 활동하던 인물이다. 그러다 자신의 조직을 만들기 위해 함께 일하던 조직원 몇 명을 태국으로 데려가 조직원을 추가 모집해 룽거컴퍼니를 꾸렸다.

조직의 간부들은 조직원들의 사생활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외출·외박 제한은 기본이고 사무실 출근 시 개인 휴대전화를 보관함에 두고 가도록 하거나 화장실 사용시간까지 통제했다. 총책과 갈등을 빚는 조직원에게는 흉기를 휘둘렀다.

탓차이 피타닐라붓 태국 경찰청 스캠 태스크포스(TF) 단장은 “룽거컴퍼니가 태국이 아닌 한국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범행하다 보니 태국에서는 이민법 위반 정도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며 “한국 경찰과 상의해 한국으로 이들을 보내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송환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룽거컴퍼니와 연계된 태국 내 다른 조직과 사무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