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재 병원 의료기기 절반 이상 노후화…산재 의료 구멍 ‘심각’

입력 2025-09-22 17:40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예방TF 단장을 맡은 김주영 의원이 지난 7월 31일 경남 의령의 포스코E&C 노동자 끼임 사망사고 현장을 찾아 긴급 점검에 나서고 있다. 김 의원실 제공

이재명정부가 ‘산업재해 근절’을 기조로 내세우고 있지만, 산재 이후 의료체계의 공백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재 병원의 의료기기가 노후화가 급격히 진행돼 절반 이상이 내구 연한을 초과했고, 산재 병원의 의사 퇴사율도 22%에 달하기 때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산재병원 의료장비 보유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산재 병원 전체 의료장비 4862점 중 절반 이상인 2548점(52.4%)가 내구 연한을 초과했다. 산재병원은 전국 각 산업단지에 15개 병·의원이 설치돼 3553명의 의료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내구연한을 초과한 의료기기 중 954점은 6년 이상 10년 이하, 10년을 초과한 기기는 263점, 16년~20년 이상을 초과한 기기도 64점에 달했다. 의료기기 노후화율은 2020년 33.5%에서 2021년 36.1%, 2022년 40.5%, 2023년 45.4%, 2024년 50.1%로 매년 상승했다.

인적 문제도 심각하다. 산재병원 전체 의사 퇴사율은 2020년부터 2025년 8월 말까지 평균 22.8%에 달했다. 매년 220명가량의 의사 중 50명 안팎이 퇴사했다. 올해의 경우 이미 산재병원 의사 240명 중 45명이 퇴사한 상태다.

같은 기간 기간제 의사의 경우 퇴사율은 34.5%로 더 높았다. 지난달까지 기간제 의사 66명 중 이미 21명이 퇴사했다. 의사 정원 대비 충원율도 전체 의사의 경우 87%, 기간제 의사 84%에 불과해 지속적인 의료공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산재병원은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의 진료·재활을 통해 직업·사회 복귀 촉진’이라는 목적 아래 설립됐지만 이같은 현실에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의원은 “산재노동자의 치료와 재활을 책임지는 산재병원이 의료장비 노후화와 인력부족으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필수의료장비 중 노후도 높은 장비 교체를 통해 의료사고 방지 및 검사결과의 신뢰도를 향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