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가 ‘산업재해 근절’을 기조로 내세우고 있지만, 산재 이후 의료체계의 공백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재 병원의 의료기기가 노후화가 급격히 진행돼 절반 이상이 내구 연한을 초과했고, 산재 병원의 의사 퇴사율도 22%에 달하기 때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산재병원 의료장비 보유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산재 병원 전체 의료장비 4862점 중 절반 이상인 2548점(52.4%)가 내구 연한을 초과했다. 산재병원은 전국 각 산업단지에 15개 병·의원이 설치돼 3553명의 의료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내구연한을 초과한 의료기기 중 954점은 6년 이상 10년 이하, 10년을 초과한 기기는 263점, 16년~20년 이상을 초과한 기기도 64점에 달했다. 의료기기 노후화율은 2020년 33.5%에서 2021년 36.1%, 2022년 40.5%, 2023년 45.4%, 2024년 50.1%로 매년 상승했다.
인적 문제도 심각하다. 산재병원 전체 의사 퇴사율은 2020년부터 2025년 8월 말까지 평균 22.8%에 달했다. 매년 220명가량의 의사 중 50명 안팎이 퇴사했다. 올해의 경우 이미 산재병원 의사 240명 중 45명이 퇴사한 상태다.
같은 기간 기간제 의사의 경우 퇴사율은 34.5%로 더 높았다. 지난달까지 기간제 의사 66명 중 이미 21명이 퇴사했다. 의사 정원 대비 충원율도 전체 의사의 경우 87%, 기간제 의사 84%에 불과해 지속적인 의료공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산재병원은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의 진료·재활을 통해 직업·사회 복귀 촉진’이라는 목적 아래 설립됐지만 이같은 현실에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의원은 “산재노동자의 치료와 재활을 책임지는 산재병원이 의료장비 노후화와 인력부족으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필수의료장비 중 노후도 높은 장비 교체를 통해 의료사고 방지 및 검사결과의 신뢰도를 향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