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인천 옹진군 영흥도 하늘고래 전망대.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 국적 남성을 구조하다가 순직한 해양경찰관 이재석(34) 경사 어머니 A씨가 국화꽃 다발을 들고 가족 부축을 받은 채 현장을 찾았다.
A씨는 현장을 향해 발걸음을 떼는 순간부터 이 경사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고는 “재석아 엄마 왔어. 빨리 구조하러 왔으면 재석이 살았잖아. 너 없는 하루가 너무 힘들고 분하고 비통해 미칠 것 같아”라고 말했다.
A씨는 이 경사가 사고 당시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꽃섬 인근 해상을 바라보며 그의 이름을 수없이 외쳤다.
A씨는 “너는 훌륭한 해경이야. 엄마가 잊지 않을게. 얼마나 추웠을까. 무서웠을까. 얼마나 (구조를) 기다렸을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유가족은 이 경사가 생전 즐겨 먹던 커피와 치킨을 바닥에 차려놓고, 컵에 따른 술을 바다로 흘려보냈다.
A씨는 이 경사 사촌 형과 전망대 안쪽으로 들어간 뒤 손에 쥐고 있던 국화꽃을 바다 위로 던지며 아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당초 추모 행사는 이날 정오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고 당시 당직 팀장이었던 B 경위가 찾아오면서 2시간 늦게 열렸다.
B 경위는 정복을 입고 국화꽃을 들고 있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사죄했지만, 유가족은 격분했다.
B 경위는 “재석이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너무나 죄송하다”며 “(검찰) 조사에서 알고 있는 모든 사실과 잘못된 것은 합당한 처벌을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가족은 B 경위를 향해 국화꽃을 내팽개치면서 “네가 여길 왜 왔고 장례식장에 와서 한마디라도 사과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건 보여주기식 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 경위는 기자들에게 “여러분이 아는 게 다가 아니다”면서 “제발 사실만 써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추가 입장을 묻는 말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B 경위는 이 같은 입장을 밝힌 뒤 사고 지점에 국화꽃을 두고 오겠다며 홀로 갯벌에 들어갔다가 발목과 무릎 사이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해경에 의해 구조됐다.
A씨는 추모 후 인근 어촌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직) 팀장이 왜 그렇게 지시를 내렸는지 (검찰 수사에서) 그 의혹을 밝혀달라”며 “전 인천해경서장과 파출소장에게 제기된 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명명백백하게 확인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 경사는 지난 11일 갯벌 고립자를 구조하기 위해 혼자 출동했다가 꽃섬 인근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끝내 숨졌다.
당시 영흥파출소엔 6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중 4명이 규정보다 많은 휴게시간을 같은 시간대에 부여받아 이 경사와 B 경위만 근무하고 있었다.
당직팀 동료 4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영흥파출소장으로부터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사건과 관련해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검찰은 이 경사 순직 사건 관련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벌이고 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