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분하고 비통”…‘순직해경’ 사고 현장 찾은 母 오열

입력 2025-09-22 17:31 수정 2025-09-22 17:53
갯벌 고립자를 구하다가 순직한 해양경찰관 이재석 경사 유족인 어머니와 사촌 형이 22일 오후 인천 옹진군 영흥도 하늘고래 전망대에서 국화꽃을 들고 추모하며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후 인천 옹진군 영흥도 하늘고래 전망대.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 국적 남성을 구조하다가 순직한 해양경찰관 이재석(34) 경사 어머니 A씨가 국화꽃 다발을 들고 가족 부축을 받은 채 현장을 찾았다.

A씨는 현장을 향해 발걸음을 떼는 순간부터 이 경사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고는 “재석아 엄마 왔어. 빨리 구조하러 왔으면 재석이 살았잖아. 너 없는 하루가 너무 힘들고 분하고 비통해 미칠 것 같아”라고 말했다.

A씨는 이 경사가 사고 당시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꽃섬 인근 해상을 바라보며 그의 이름을 수없이 외쳤다.

A씨는 “너는 훌륭한 해경이야. 엄마가 잊지 않을게. 얼마나 추웠을까. 무서웠을까. 얼마나 (구조를) 기다렸을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유가족은 이 경사가 생전 즐겨 먹던 커피와 치킨을 바닥에 차려놓고, 컵에 따른 술을 바다로 흘려보냈다.

A씨는 이 경사 사촌 형과 전망대 안쪽으로 들어간 뒤 손에 쥐고 있던 국화꽃을 바다 위로 던지며 아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순직한 이재석(34) 경사 파출소 당직팀장이 22일 인천 옹진군 영흥도 하늘고래 전망대에서 유족에게 무릎을 꿇은 채 사죄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추모 행사는 이날 정오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고 당시 당직 팀장이었던 B 경위가 찾아오면서 2시간 늦게 열렸다.

B 경위는 정복을 입고 국화꽃을 들고 있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사죄했지만, 유가족은 격분했다.

B 경위는 “재석이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너무나 죄송하다”며 “(검찰) 조사에서 알고 있는 모든 사실과 잘못된 것은 합당한 처벌을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가족은 B 경위를 향해 국화꽃을 내팽개치면서 “네가 여길 왜 왔고 장례식장에 와서 한마디라도 사과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건 보여주기식 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직한 이재석(34) 경사 파출소 당직 팀장이 22일 인천 옹진군 영흥도 하늘고래 전망대에서 취재진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B 경위는 기자들에게 “여러분이 아는 게 다가 아니다”면서 “제발 사실만 써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추가 입장을 묻는 말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B 경위는 이 같은 입장을 밝힌 뒤 사고 지점에 국화꽃을 두고 오겠다며 홀로 갯벌에 들어갔다가 발목과 무릎 사이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해경에 의해 구조됐다.

A씨는 추모 후 인근 어촌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직) 팀장이 왜 그렇게 지시를 내렸는지 (검찰 수사에서) 그 의혹을 밝혀달라”며 “전 인천해경서장과 파출소장에게 제기된 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명명백백하게 확인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 경사는 지난 11일 갯벌 고립자를 구조하기 위해 혼자 출동했다가 꽃섬 인근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끝내 숨졌다.

당시 영흥파출소엔 6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중 4명이 규정보다 많은 휴게시간을 같은 시간대에 부여받아 이 경사와 B 경위만 근무하고 있었다.

당직팀 동료 4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영흥파출소장으로부터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사건과 관련해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검찰은 이 경사 순직 사건 관련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벌이고 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