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교회 70% 시대… 연합으로 여는 난민선교의 새 지평

입력 2025-09-22 14:13
신석현 포토그래퍼

중앙아시아의 한 사막 지역. 20년 전 이곳에 도착한 T국의 이다니엘 선교사에게는 NGO 운영과 지역개발이라는 막중한 임무가 있었다. 내전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을 위한 보육원, 전쟁미망인 자녀들을 위한 유치원과 학교까지 세우며 15개 사업장을 운영했다.

그런데 마지막 5년 그가 믿음을 가진 현지 직원들을 투입하기 시작하면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메마른 사막 땅에서 60명이 넘는 신자들이 생겨난 것이다. 현재는 15명의 현지 사역팀이 전국 행정구역마다 가정교회를 세우는 일에 헌신하고 있다.

“선교는 반드시 팀 사역이어야 합니다. 현지인이 사역의 중심에 서고, 우리는 그들의 역량을 키워주는 역할을 해야 해요.”

이 선교사의 경험담은 단순히 개인적 성공담이 아니었다. 한국의 중소교회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생생한 증언이었다.

이호택 피난처 대표. 신석현 포토그래퍼

같은 지역에서 일어난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22살의 현지인 청년 A씨는 고등학교 때 친구의 전도로 그리스도를 믿은 뒤 여러 고초를 겪었다. 이슬람 강성 지역에 사는 부모는 아들을 돌이키려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집에 가두기, 이슬람 성직자 설득, 러시아 노동자 파견, 군대 입대까지.

제대 후 부모는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집과 자동차, 결혼까지 다 시켜줄 테니 신앙을 포기하라.”

하지만 A씨는 집을 나와 학사관에 머물며 이발사로 일하면서도 신앙을 지켜냈다. 부모와 화해를 시도하다 다시 잡혀 고초를 겪었지만, 다시 학사관으로 돌아와 지금도 신앙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22일 서울 마포구 신촌성결교회에서 열린 ‘무슬림과 난민사역을 위한 동역자 테이블’에서 소개된 중앙아시아 선교 현장의 이야기들이다. 선교단체 GHA(Global Heart Alliance·대표 이수진)가 개최한 행사는 중소교회의 선교적 역할과 한국 내 난민사역의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발표자들은 중소교회의 한계를 연합으로 극복하고 국내 난민들을 선교의 기회로 전환하는 구체적 실천 방안들을 제시하며 새로운 선교 패러다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날 행사에서는 국내 난민선교의 현실과 과제도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이호택 사단법인 피난처 대표는 ‘마지막 시대의 난민선교와 중소형교회의 사명’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말 누적 난민신청자는 13만58명이며 난민 인정자는 1606명”이라고 현황을 설명했다. 그는 “2001년 9·11 테러 사건과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페르시아권과 아랍권에서 발생한 난민들 가운데 전례 없는 회심이 일어나고 있다”며 “특히 많은 무슬림 난민이 꿈과 환상을 통해 예수님을 만나는 기적적인 체험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피난처의 활동을 통해 구체적인 사역 모델을 제시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총 53개국 615명이 피난처를 찾았으며 이라크과 이란 튀르키예 시리아 출신의 쿠르드족 커뮤니티에서 영적 4세대까지 이어지는 제자들이 배출됐다고 보고했다. 이 대표는 교회의 난민사역 실천 방안으로 복잡한 난민신청 절차를 돕는 법적 지원과 언어교실 운영, 주거 지원과 일자리 창출, 치유 사역 등을 꼽았다.

이 대표는 “난민들은 재난을 당한 불쌍한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선교의 완성을 위해 사용하시는 도구”라며 “특히 가정교회는 난민들이 새로운 관계집단을 형성하는 데 매우 적합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