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와 통일교가 연관된 이른바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 정점으로 지목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 심사차 22일 법원에 출석했다.
휠체어를 타고 모습을 드러낸 한 총재는 기자들의 이어지는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한 총재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또는 이튿날 새벽에 결정될 예정이다. 2012년 9월 단독으로 통일교 총재직에 오른 이래 범죄 혐의로 구속 기로에 놓인 것은 처음이다.
한 총재는 이날 오후 1시30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오후 12시53분쯤 법원에 도착했다.
한 총재는 통일교 관련 의혹이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 개인 일탈이라고 보는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세뱃돈과 넥타이 등을 줬는지 등을 묻는 말에 답을 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한 총재는 지난 17일 특검에 출석할 때는 밝은 베이지색 상의를 입었지만, 이날은 상·하의 모두 검은색 계열로 맞춰 눈길을 끌었다.
김건희 특검은 지난 18일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업무상 횡령 등 4가지 혐의로 한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 총재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와 공모해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윤석열정부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한 총재는 또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받는다.
김 여사에게 건넬 목걸이와 가방 등을 교단 자금으로 구매한 혐의(업무상 횡령)를 비롯해 2022년 10월 자신의 원정 도박 의혹에 관한 경찰 수사에 대비해 윤씨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받는다.
다만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권 의원을 당대표로 만들기 위해 통일교 교인들을 대거 입당시켰다는 정당법 위반 혐의는 구속영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통일교 측은 고령인 한 총재가 건강 악화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황인 데다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점을 들어 특검팀의 구속 시도가 무리한 수사 행태라는 입장이다.
통일교는 21일 영장실질심사에 관한 입장문을 통해 한 총재가 지병인 백내장·녹내장, 최근 심장 부위 절제수술, 부정맥 치료약물 복용에 따른 합병증 등을 겪은 점을 언급하며 “구속은 회복할 수 없는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