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옹테크, 아버지 활약했던 ‘88올림픽 코트’에서 코리아오픈 우승

입력 2025-09-21 22:10
이가 시비옹테크가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코리아오픈 단식 결승에서 우승한 뒤 우승컵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가 시비옹테크(2위·폴란드)가 한국 데뷔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시비옹테크는 2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코리아오픈 단식 결승에서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11위·러시아)를 상대로 2시간 43분 혈투 끝에 2대 1(1-6 7-6<7-3> 7-5) 역전승을 거뒀다.

시비옹테크는 이날 1세트를 알렉산드로바에게 무기력하게 내줬다. 하지만 2세트는 달랐다. 시비옹테크는 타이브레이크 끝에 7-3으로 이기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세트에서도 두 선수는 게임 스코어 6-5까지 팽팽히 맞섰다. 접전 끝에 알렉산드로바의 서브 게임을 시비옹테크가 따내면서 승부가 났다.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출전한 대회에서 차지한 우승이다. 전날 열린 단식 4강전에서는 마야 조인트(46위·호주)를 2대 0(6-0 6-2)으로, 8강전에서는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39위·체코)를 2대 0(6-0 6-3)으로 손쉽게 꺾었다. 비로 인해 하루에 연달아 두 경기를 치르면서도 두 번의 베이글 스코어(6-0)를 기록했다.

특히 시비옹테크에게 서울은 의미가 깊다. 아버지 토마즈가 1988 서울올림픽 때 폴란드 조정 국가대표로 뛰었다. 이번 대회가 열린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는 1988년 서울올림픽 테니스 경기가 열렸던 장소다. 시비옹테크는 지난해에도 대회에 출전하려고 했지만 도핑 문제로 아시아투어를 취소한 바 있다.

시비옹테크는 이날 우승 후 9000여명의 만원 관중을 향해 한국어로 “와줘서 고마워요”라고 화답했다. 그는 “가족의 역사가 남아있는 이곳 서울에서 꼭 이기고 싶었다. 아버지가 올림픽을 치른 곳에서 우승할 수 있어 영광이다. 내년엔 아버지와 함께 오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윔블던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시비옹테크는 지난달 신시내티오픈 우승에 이어 한 달 만에 또다시 투어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특히 WTA 투어 이상급 대회 단식 결승에서 25승 5패를 기록하며 승부사의 면모를 이어갔다.

2022년 대회 우승자인 알렉산드로바는 대회 최초 단식 2회 우승을 노렸지만 좌절됐다.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알렉산드로바는 “서울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 중 하나”라며 “내년에 다시 오고 싶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