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함께하니, 신앙 공동체도 더 탄탄…청년들 교회 ‘클럽’에 모인 까닭

입력 2025-09-21 18:33 수정 2025-09-21 18:59
큰은혜교회 청년들이 21일 서울 관악구의 교회 앞 마당에서 열린 'CLUB 박람회'에서 커피 동호회 부스를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관악구 큰은혜교회(이규호 목사) 본관 1층에 ‘클럽(CLUB)’이 문을 열었다. 음주가무를 위한 클럽이 아니라 러닝(달리기), 클라이밍(암벽 등반), 사진, 커피, 보드게임, 전시·공연 감상 같은 동호회 클럽이다.

주일예배를 마치고 예배당을 빠져나온 이 교회 청년들은 클럽별로 마련된 부스를 하나씩 둘러보며 평소 관심 있었던 분야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가입 신청서를 적으며 이후 모임을 기약했다. 한쪽에서는 핸드드립 커피 시음회가 열렸고, 러닝과 클라이밍 클럽에서는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했다. 왕복 5㎞ 코스의 인근 한강변을 달려보거나, 실내 클라이밍장에서 암벽 등반을 체험해보며 땀을 나눴다.

청년 사역 활성화를 위해 색다른 시도에 나선 큰은혜교회의 ‘CLUB 박람회’ 모습이다.

큰은혜교회는 이번 박람회를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청년들이 교회 안에서 더 쉽게 공동체에 속하도록 돕는 ‘관문’으로 삼으려 한다. 기존 소그룹 모임은 나이를 중심으로 운영돼 관심사와 성향이 다른 청년들에게는 문턱이 높게 느껴졌다. 하지만 클럽 활동은 취미를 매개로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게 해, 이후 신앙 공동체로 깊이 들어올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에 조직된 클럽은 9개로 모두 청년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일정 교육 과정을 통과한 이들이 팀을 꾸리고 리더로 섬긴다.

박람회 모습.

일반적인 사회 동호회가 줄 수 없는, 한 차원 더 높은 공동체성을 청년들이 경험하도록 돕는 게 목적이다. 박람회를 둘러보던 청년들도 신앙과 취미가 어우러진 공동체를 기대했다. 한별(28)씨는 “다이어트를 위해 교회 내 클라이밍 클럽에 가입했다”며 “박람회 전부터 비정기적으로 모여왔었는데, 일반 동호회와 달리 신앙 안에서 같이 땀을 흘리다 보니 더 깊은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교회 청년교구 운영위원회의 윤영록씨(31)는 “사회 동호회는 개인 필요가 우선이라 쉽게 소모되지만, 교회 안 클럽은 공동체에서 시작해 이웃 사랑으로 나아간다”며 “지속성과 방향성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성온씨(32)도 “관심사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기도해줄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거들었다.


교회가 취미를 통한 교제의 장을 제공한 건 청년세대의 현실적 고민도 배경이 됐다. 윤씨는 “요즘 청년들은 자신의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는 방법에 고민이 많고, 사회에서 경험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교회에서도 똑같이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취미와 관심사를 공유하며 서로 교제한다면 공동체가 더욱 더 편해지리라 본다”고 했다. 박씨 역시 “요즘 청년들은 현실의 문제로 포기하는 것도 많고, 타인과 비교하며 우울해질 때도 종종 있는 것 같다”며 “공통관심사로 모여 같은 신앙 안에서 함께 기도하고 위로받는 공동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이규호 목사는 “요즘 청년들은 저희 세대보다 훨씬 더 정직하고 공정을 중시하며 품격도 갖추고 있다”며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바로 ‘함께’라는 가치인데, 신앙 안에서 함께하는 힘이 보태진다면, 대한민국 크리스천 청년들은 천하무적이 될 거라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규호 목사가 이날 축구 동호회 부스를 찾아 사진 속 손흥민 축구선수의 골 세리머니 모습을 따라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이 목사는 특히 요즘 많은 청년이 취미 동호회 활동에 관심을 두는 현실에서 교회가 먼저 나서서 문화를 선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세상에 뺏겨 그 문화가 악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교회가 문화를 주도해야 한다”며 “청년들이 유튜브, 인공지능 같은 시대의 유행을 복음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주도할 수 있도록 교회가 청년들을 규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복음을 위해 네가 하고 싶은 걸 다 해라. 실수해도 된다.’ 이렇게 격려해주면 한국교회의 미래인 청년세대가 반드시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