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고산지대서 불꽃놀이’ 中아크테릭스 뭇매

입력 2025-09-21 17:23 수정 2025-09-21 17:32
중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가 지난 19일 티베트 시가체시 장쯔현에서 진행한 불꽃 예술 프로젝트 '승룡'의 한 장면. 웨이보

중국 업체가 인수한 캐나다의 고급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Arc'teryx)가 히말라야산맥의 티베트 고산지대에서 초대형 불꽃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고 공식 사과했다.

21일 중국 관영 신경보 등에 따르면 아크테릭스는 이날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공식 사과문을 내고 “단지 사과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정부 부서의 감독하에 예술가 팀과 협력해 이 프로젝트 전 과정의 환경·생태 영향을 재검토하고 제3자 환경보호 전문기관을 초청해 엄격하고 투명한 평가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를 연출한 중국 예술가 차이궈창도 “모든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제3의 기관 및 관련 부서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이 사건이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평가하고 실제 행동으로 칭하이-티베트 고원의 생태 환경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크테릭스는 지난 19일 티베트의 제2도시인 시가체시 장쯔현의 해발 4500~5500m 고산지대에서 불꽃 예술 프로젝트 ‘승룡’을 진행했다. 설산 아래 능선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3㎞ 길이의 폭죽을 설치해 순서대로 터뜨린 뒤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현장에는 관람객도 다수 있었고 폭발 때마다 큰 폭음과 함께 대량의 분진이 발생했다. 차이궈창은 “용이 하늘에서 내려와 설산의 눈이 녹은 물줄기를 따라 멀리 흘러가는 형상”이라고 설명했다.

네티즌들은 “고원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분노했다. 관련 검색어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올랐고 아크테릭스의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항의 댓글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아크테릭스를 입는 건 자연과 가까워지기 위한 것이지 산을 폭파하는 것을 보기 위한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번 행사를 허가한 지방정부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의 로고와 이 회사가 지난 19일 티베트 시가체시 장쯔현에서 진행한 불꽃 예술 프로젝트 '승룡'의 한 장면을 합성한 이미지. 웨이보

아크테릭스는 20일 샤오샹천바오에 “이번 예술 활동은 과학적 평가와 엄격한 지도하에 진행됐다”면서 “아크테릭스는 늘 자연과 문화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더 많은 사람이 고산과 지역 문화를 이해하게 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또 “이번에 사용한 폭죽은 생분해성 소재로 국제올림픽위원회와 미국·유럽·일본 등의 환경 기준 검증을 통과했다”면서 “이번 불꽃놀이는 ‘최저 위험’ 등급으로, 소음과 빛 공해가 야간 불꽃놀이보다 훨씬 낮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연 전에 인근 목축민의 가축을 안전지대로 옮기고 소금 벽돌을 이용해 설치류와 토끼 등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했다. 행사 후에는 즉시 잔해물을 치우고 초원·농지에 대해 복토 등 식생 복원 작업을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장쯔현 관계자는 “이번 행사가 장쯔현 생태환경국에 등록됐고 절차도 규정에 부합한다”면서 “불꽃놀이는 환경 보호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 평가를 할 필요가 없고 현 등의 동의만 있으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행사 부지는 생태보호구역에 속하지 않고 주변에 사람도 살지 않는다”면서 “현재로선 생태계 파괴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야생식물보호협회 이사인 수도사범대 구유룽 교수는 신경보, 광저우일보 등과 인터뷰에서 “고원은 생태환경이 취약해 생분해성 분말도 수년간 잔류할 수 있다”면서 “고산 초원의 식생은 표토가 10cm 정도에 불과해 복토를 하면 오히려 토양 유실을 초래할 수 있다. 이곳 식생이 형성되는 데는 종종 수십 년, 심지어 수백 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인데 야생동물들이 폭음과 빛에 놀라 스트레스를 받고 생리학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쓰촨성 청두의 아크테릭스 플래그십 매장. 웨이보

아크테릭스는 1991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창립된 고급 아웃도어 브랜드다. 모기업인 핀란드 아머스포츠가 2019년 중국 스포츠 브랜드 안타그룹에 인수돼 중국 기업이 됐다. 중국 시장에선 룰루레몬, 살로몬과 함께 중산층이 애호하는 3대 아웃도어 브랜드로 꼽힌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