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탈’박성국, 7년만의 113번째 대회서 통산 2승 감격…골프존 오픈 우승

입력 2025-09-21 16:26 수정 2025-09-21 18:01
21일 경북 구미시 골프존카운티 선산에서 열린 KPGA투어 골프존오픈에서 통산 2승째를 거둔 박성국이 트로피를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KPGA

21일 경북 구미시 골프존카운티 선산에서 열린 KPGA투어 골프존오픈에서 7년여만에 통산 2승째를 거둔 박성국이 동료들의 축하 물 세례를 받은 뒤 포효하고 있다. KPGA

21일 경북 구미시 골프존카운티 선산에서 열린 KPGA투어 골프존오픈에서 통산 2승째를 거둔 박성국이 동료들로부터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KPGA

전장 501야드짜리 10번 홀(파4). 박성국(37·엘앤씨바이오)의 티샷이 301야드 지점 깊은 러프로 떨어졌다. 핀까지 217야드를 남긴 지점에서 박성국은 예상을 깨고 웨지를 뽑아 들었다. 자신있는 거리에다 볼을 갖다 놓으려는 전략이었다. 그리고 작전대로 세 번째샷을 홀 30cm 지점에 붙여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하회탈’ 박성국이 빼어난 코스 매니지먼트로 통산 2승에 성공했다. 박성국은 21일 경북 구미시 골프존카운티 선산(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골프존 오픈(총상금 10억 원)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보기없이 버디만 5개를 골라 잡아 5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68를 기록한 박성국은 이동환(38·팀속초아이)의 추격을 4타 차이로 여유있게 따돌리고 우승 상금 2억 원과 2년간 시드를 보너스로 챙겼다. 2018년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 이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이다.

박성국은 리랭킹에 의해 이 대회에 출전했다. KPGA투어서 리랭킹 선수가 우승한 것은 지난 2023년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에서 정상을 차지한 김찬우(26) 이후 2년만이다.

2007년에 투어에 데뷔한 박성국은 작년에 제네시스 포인트 84위로 시드를 잃었다. 시드전에서 53위에 그쳐 컨디셔널 시드권자로 예선을 거치거나 상위 시드권 선수들이 불참할 때 출전했다. 이 대회 전까지 6개 대회에 출전했으나 ‘톱10’ 입상이 한 차례도 없었다.

기나긴 슬럼프의 탈출구가 된 박성국의 우승 원동력은 컴퓨터 아이언샷을 앞세운 노련한 경기 운영과 결정적 순간에 위력을 발휘한 퍼트였다. 이번 대회는 러프 길이가 110mm, 페어웨이 폭은 개미허리인 20~25m로 세팅됐다. 우승을 위해서는 드라이버 비거리를 확보하면서 페어웨이를 지키는 게 관건이었다.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샷 266야드로 이 부문 투어 맨 꼴치인 박성국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코스 세팅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독보적 플레이를 했다. 믿고 치는 아이언샷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원래는 파5홀이었지만 이번 대회에서 파4홀로 세팅된 10번 홀 공략이 압권이었다. 그는 나흘간 이 홀에서 1타 밖에 잃지 않았다.

유쾌한 성격에다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아 ‘하회탈’이라는 닉네임을 얻은 박성국은 생애 첫 우승도 극적이었다. 마지막날 집으로 돌아가려다 5명이 펼친 연장전에서 3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감격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것.

투어 데뷔 133경기만에 생애 첫 승을 거둔 박성국은 그로부터 7년여만인 113번째 대회에서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흥미로운 건 전남 영광 출신인 박성국이 두 차례 우승을 모두 영남지역에서 열린 대회서 거둔 것이다. 2018년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은 경남 김해시 정산CC에서 열렸다. 구미시에는 영호남 화합의 광장이 있어 이번 우승이 더 의미가 있었다.

김찬우, 호주동포 이준석(37)과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박성국은 전반에 3타를 줄이면서 우승을 예약했다. 챔피언조 앞조에서 경기를 펼친 이동환이 전반에 역시 3타를 줄이며 추격전을 펼치자 12번 홀(파4)에서 1.5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14번 홀(파4)에서는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위기를 맞았으나 큰 나무를 넘기는 절묘한 아이언샷으로 두 번만에 볼을 그린에 올려 파를 잡았다. 그리고 이어진 15번 홀(파4)에서도 2m 가량의 만만치 않은 파퍼트를 성공시켜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승부처인 17번 홀(파3)에서 버디를 추가해 우승을 확정했다.

박성국은 “너무 좋고, 너무 행복하다”라며 “많이 힘들었었는데, 이렇게 좋은 날이 왔다. 작년 시즌 마치고 골프를 그만둘까도 생각했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전보다는 더 열심히 했고, 그런 노력으로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온 거 같다”고 말하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유명한 선수도 아니고 특별하게 멀리치지도 않고 화려한 선수도 아니어서 저를 잘 모르시는 팬들이 많은데, 이번 우승을 계기로 더 멋진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많은 응원바란다.

일본프로골프(JGTO)투어와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거쳐 작년부터 KPGA투어서 활동중인 이동환은 전반 9홀에서 3타를 줄이며 선전을 펼쳤으나 후반에 1타를 잃는 바람에 2언더파69타를 쳐 올 시즌 개인 최고 성적인 2위(최종합계 12언더파 272타)로 대회를 마쳤다.

통산 3승 사냥에 나선 ‘영암 사나이’ 김찬우는 이븐파에 그쳐 단독 3위(최종합계 11언더파 273타)에 입상했다. 박은신(35·하나금융그룹)과 캐나다 동포 신용구(34·금강주택)이 공동 4위(최종합계 10언더파 274타)의 성적표를 받아 쥐었다.

구미(경북)=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