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2억’ 은행원들 주4.5일제 걸고 26일 총파업

입력 2025-09-21 16:22
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8일 서울 중구 금융산업노조상황실에서 열린 9.26 총파업 기자간담회에서 주 4.5일제 도입 등을 주장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주요 시중은행 노동조합이 주 4.5일제 도입과 임금 5% 인상 등을 요구하며 26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3년 만의 은행 파업을 앞두고 금융권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1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에 따르면 지난 1일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찬성률 94.98%로 총파업이 확정됐다. 노조는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총파업 준비에 들어갔다.

금융노조는 지난 3월 ‘2025년 산별중앙교섭 요구안’을 제출했지만 사측과의 협상은 번번이 결렬됐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16일 ‘총파업 총력 투쟁 결의대회’에서 “4.5일제는 ‘놀자판’을 만들려는 게 아니다. 무기력증과 우울증,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하는 우리 동료를 위한 외침”이라며 “반드시 4.5일제를 쟁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측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대면 창구 서비스가 필수인 은행업 특성상 근로 시간이 줄면 고령층 이용자의 불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4.5일제 도입으로 금요일 은행원들의 조기 퇴근이 현실이 되면 고령층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모 은행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70%는 점포 대면 방문만으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앞서 코로나19 당시 은행들은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했지만, 사태가 진정된 후에도 정상화가 지연돼 거센 비판을 받은 전례가 있다.

임금 구조 문제도 쟁점이다. 사측은 근로 시간은 줄고 임금은 유지되면 통상임금과 각종 수당, 퇴직금까지 오르게 돼 인건비 부담이 급증해 결국 신규 채용이 줄고 소비자 서비스도 위축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는 은행원들의 4.5일제 요구에 따른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와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시중·특수·지방은행의 2024년 기준 직원 수는 10만9625명으로 이들의 연간 급여 총액은 12조3147억원에 달한다. 1인당 평균 1억1200만원 꼴이다.

같은 해 고용·노동 통계상 전 산업 5인 이상 사업장의 1인당 평균 월 급여를 연 단위로 환산한 5338만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5대 은행만 따로 보면 지난해 직원 1인당 보수는 하나은행 1억2000만원, 신한은행 1억1900만원, KB국민은행 1억1800만원, NH농협은행 1억1500만원, 우리은행 1억1400만원이다.

김 위원장은 “주 4.5일제를 고액 연봉자의 요구가 아니라 한국이 직면한 복합 위기를 풀어낼 해법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