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만 생각해도 눈물이 줄줄…中 MZ 강타한 ‘이 병’

입력 2025-09-21 15:33 수정 2025-09-21 15:51
중국판 틱톡 '더우인' 캡처.

“네가 나에게 ‘서울병(首尔病)이 뭐야?’라고 묻는다면 아마 인천공항으로 가는 지하철에 앉아 이미 멈출 수 없이 눈물이 흐르는 순간일 거야.”

최근 한 중국인 여행객이 중국판 틱톡 더우인(抖音)에 이런 글과 함께 공항철도 열차에서 눈물을 흘리는 영상을 올렸다. 이 게시물은 순식간에 좋아요 5만5000개, 공유 1만회에 육박하며 화제가 됐다.

21일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서울병이라는 신조어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단순한 여행 후유증을 넘어 한국 문화와 사회 전반에 대한 동경을 담아내는 감정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유행처럼 번지는 모습이다.

서울병은 K-팝 공연이나 드라마 촬영지를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들이 귀국 후 “서울병이 재발했다”는 표현을 쓰면서 확산했다. 초기에는 여행이 끝난 뒤 느끼는 아쉬움을 뜻했지만, 지금은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의 공허함과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을 담는 말로 의미가 확장됐다.

실제로 더우인에서 서울병을 검색하면 고척스카이돔 K-팝 공연, 길거리 음식에 ‘masitda(맛있다)’라는 자막을 붙인 사진, 한강에서 야경을 즐기는 장면, 평범한 서울 거리 풍경 등 다양한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댓글에는 “서울은 인생 최고의 여행지였다” “한강에 다녀오면 서울병에 걸린다” 같은 경험담이 이어진다.

이런 흐름은 방한 관광 수요와도 맞물린다. 정부가 오는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한시 허용하면서 다음 달 1일 시작되는 국경절 황금연휴를 앞두고 한국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한국을 ‘쇼핑 천국’이자 ‘문화적 공감대가 있는 나라’로 소개한다. 교통 편리성과 가격 경쟁력도 인기 요인으로 꼽히지만, 무엇보다 드라마와 K-팝 등 한류 콘텐츠가 중국 젊은 세대의 서울병을 자극하는 근원적 배경으로 평가된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