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관계자·직장 동료들과 3일 연속 회식을 가진 뒤 급성 알코올중독으로 사망한 경우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A씨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국내 한 대기업에서 해외 영업관리 업무를 맡았던 A씨는 2022년 7월 자택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급성 알코올중독이었다.
조사 결과 A씨는 숨지기 전날까지 3일 연속 업무 관련 저녁 술자리에 참석했다.
A씨 부인은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공단은 “업무상 질병에 의해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부인은 공단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쟁점은 A씨가 사망 직전 가진 회식과 업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앞선 두 차례 회식은 업무 관계자와의 자리로, 비용은 각각 회사 경비로 처리했다. 반면 사망 하루 전 가진 회식은 A씨가 담당하는 파트 직원들과 현지 채용인이 참석했다. 식사 비용은 A씨 개인카드와 현지인 카드로 나눠 냈는데, 공단은 이를 근거로 해당 회식이 ‘사적인 모임’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 부인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식사비용을 부담했다는 이유만으로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공단 처분이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A씨가 해외 영업 관리를 담당하고 현지인들과 업무적으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관계였던 점, 같은 해 8월 장기 출장이 예정돼 있던 점 등에 미뤄 “출장 환영 자리 성격상 술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식사 비용만 100만원이라 단순 친목 수준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재판부는 이어 “앞선 두차례 음주로 인한 알코올이 완전히 분해되기 전에 연속으로 술을 마시며 혈중알코올농도가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선 두 차례 진행한 회식이 A씨 사망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